하지만 세레소 팬들도 기죽지 않는다. “너희들은 오사카 팀이 아니다” “노땅들”이라며 오히려 감바 팬들을 자극한다. 감바의 안방인 엑스포70 경기장이 오사카 부 중심에서 벗어난 스이타 시에 있기 때문에 진정한 오사카 연고 팀은 세레소라고 우긴다. 세레소 팬들이 감바 팬들을 노땅이라 부르는 건 감바 팬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고지가 같은 팀의 팬들끼리 아웅다웅하는 건 리그의 흥행 요소다. 두 팀의 맞대결이 있는 날이면 오사카는 축제 분위기였다. 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두 팀의 연습 경기에도 관중이 몰렸다. 그러나 세레소가 2부 리그로 떨어진 올해 오사카 축구 팬들은 낙을 잃었다. 세레소 팬들을 대놓고 무시하던 감바 팬들이 지금은 세레소도 함께 응원한다. J2 리그에서 잘해서 내년에는 꼭 J1 리그로 올라와 오사카 더비를 부활시켜 달라는 희망에서다. 세레소는 17일 현재 J2 리그 3위다. J2 리그 1, 2위는 다음 시즌 J1 리그로 직행한다. 3∼6위는 승격 플레이오프를 거쳐 그중 한 팀이 J1 리그로 승격된다.
국내 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는 이런 지역 더비가 없다. 포항과 울산의 ‘동해안 더비’, 전남과 전북의 ‘호남 더비’가 있기는 하지만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한 지역 라이벌 매치에 비해 더비의 순도(純度)가 떨어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0년까지 서울 연고 팀을 최소한 3개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K리그 클래식에서 지역 더비를 볼 수 있는 길이 있기는 하다. 챌린지(2부 리그)의 서울이랜드나 수원 FC가 클래식으로 승격하면 FC 서울-서울이랜드, 수원-수원 FC 더비가 성사된다. 챌린지 1위는 다음 시즌 클래식으로 직행한다. 2∼4위도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뒤 클래식 11위를 꺾으면 클래식으로 간다. 17일 현재 수원 FC는 3위, 서울이랜드는 4위다. K리그에서도 지역 더비를 보고 싶은 팬이라면 수원 FC와 서울이랜드를 응원하시기를….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