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로 운동능력 예측 연구 활발
운동 능력과 관련된 ‘스포츠 유전자’가 속속 발견되면서 이를 통해 근력과 지구력 등을 예측하고 자신의 운동 능력을 극대화하는 맞춤 훈련이 가능해 졌다. 동아일보DB
○ 유전자에 맞는 종목, 훈련방식 있어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여제인 이상화 선수는 장거리 종목에 나서지 않는다. 흔히 근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는 단거리, 지구력이 좋은 선수는 장거리에 적합하다고 알려졌는데 과학자들은 둘의 차이를 유전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진 교수는 “남자 단거리 선수 중에는 더러 XX형이 있었지만 남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보완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은 남성 호르몬이 억제돼 있는 만큼 유전자의 영향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연구 결과에서도 유럽과 아시아인이 XX형인 경우는 절반에 달했는데 육상에 강한 아프리카인은 15%만 XX형으로 나타났다. XX형이 적을수록 단거리에 유리한 셈이다.
최근 진 교수팀은 유전자에 따라 운동 효과가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체대에 재학 중인 학생 111명을 대상으로 지방을 조절하는 ‘PPAR’ 계통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PPARGC1A’라는 유전자 유형에 따라 20m 왕복달리기 횟수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이 유전자에는 GG, GS, SS형이 있는데, GG형은 평균 80회를 왕복한 반면 SS형은 70회, GS형은 60회를 왕복하는 데 그쳤다. 비슷한 훈련을 받아도 유전자형에 따라 훈련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유전자 맞춤형 훈련을 찾는다면 운동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와 운동 능력을 연관지으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은 크로스컨트리 스키 종목에서 메달 7개를 획득한 선수 에로 멘티란타에게서 특별한 유전자 변이를 발견해 1993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멘티란타는 ‘에포(EPOR)’라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덕분에 적혈구 수가 일반인보다 많아 체내 산소 운반 능력이 25∼50%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력과 관련된 유전자도 발견됐다. 휴 몽고메리 영국 런던대 교수팀은 전문 산악인과 일반인에게서 ‘에이스(ACE)’ 유전자의 차이를 확인해 1998년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유전자는 II, ID, DD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산악인에게는 II형이 많았다. 이후 네팔에서 8000m 이상 고산 등산객을 돕는 셰르파들은 II나 ID형이 94%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장거리 육상선수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DD형은 순간적인 근력이 뛰어나 단거리에 유리하다는 연구도 나왔다.
○ 25만 원에 ‘스포츠 유전자’ 검사
현재 운동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는 200개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스포츠 유전자(Sports Gene)’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영국에서는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운동 능력을 예측해주는 회사까지 등장했다. 이 회사는 약 25만 원만 내면 핵심 유전자 20개를 분석해 근력과 지구력, 회복 능력, 심폐 능력 등을 알려준다. 영국 국가대표 선수의 능력치와 비교한 수치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운동 능력을 극대화하는 훈련 계획을 짤 수 있고 다이어트 전략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