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쟁 가능한 국가로] 연립여당, 안보법안 처리 강행나서
오전 9시 민주당 등 야권 5당 당수들은 내각 불신임안을 중의원에 제출하고, 참의원에는 총리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불신임안과 문책결의안이 법안보다 우선 심의되는 것을 ‘최후의 무기’로 삼은 것이다. 일본은 19∼23일이 연휴여서 야권은 법안 처리를 연휴 기간으로 넘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자민당은 단상 발언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는 동의안을 제출해 통과시키며 응수했다.
한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정권은 전날 특별위 날치기 처리를 위해 위원장석을 에워싸는 리허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국회 앞에서는 강행 처리 임박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모인 시위대 4만 명(주최 측 추산)이 ‘아베 정권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강행 처리로 가닥이 잡히자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는 안보법제 통과로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숙원이었던 ‘전후체제 탈피’의 과업을 사실상 달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교전권과 군사력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 일본 헌법 9조를 개정해 쐐기를 박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에 대해 “비원(悲願·비장한 소원)”이라는 표현을 쓰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개헌은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데다 이번 안보법안 강행 처리로 반발이 더 커질 것이 확실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이달 말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는다. 올 4월 방미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약속한 안전법제 정비를 마친 만큼 발걸음이 가벼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확대를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쟁 억지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분간 긴장은 오히려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지역에서 일본과 안보 부담을 나눠 지려는 미국은 안보법제 통과를 환영하고 있지만 타깃이 되는 중국과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84년 전 일본의 중국 침략 전쟁인 만주사변이 일어났던 날(9월 18일)에 안보법제가 통과됐다는 사실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