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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목화와 소금을 조선에 도입한 일본인 외교관

입력 | 2015-09-19 03:00:00

◇목화꽃과 그 일본인/김충식 지음/284쪽·1만5000원/메디치미디어




외교관 시절의 와카마쓰 도사부로. 메디치 제공

일제강점기에 입은 솜옷이나 무명옷의 원재료는 고려 말 문익점이 씨앗을 붓두껍에 숨겨 온 재래면이 아니라 미국산 개량종 육지면으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먹는 천일염도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금이 아니다. 1900년대 초까지 우리는 바닷물을 끓여 만든 자염(煮鹽)을 먹었다.

개량종 목화와 천일염을 우리나라에 도입한 것은 와카마쓰 도사부로(若松兎三郞·1869∼1953)라는 일본인 외교관이다. 개량종 면은 질과 양이 재래면보다 뛰어났고, 천일염은 자염보다 싼값에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한국인의 의·식문화에 많은 영향을 준 이 외교관은 규슈 지방의 시골 오이타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1896년 3월부터 서울 주재 공사관보로 약 1년간 일하다가 미국 등을 거쳐 1902년 7월 목포 영사로 조선 땅을 다시 밟은 뒤 25년간 한국에서 살았다. 1904년 기후와 풍토가 중국의 목화 산지 사스 지방과 유사한 목포 앞바다의 고하도에 육지면의 씨를 뿌렸다.

조선총독부 소속 부산 부윤(시장), 인천 쌀·콩 거래소 사장 등으로 일하다 1927년 일본 교토로 돌아간 그는 1940년대부터 재일 조선인들을 도왔다. 조선과 일본을 오가는 도항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교회당이 폐쇄돼 고통받는 조선인들을 위해 애썼다.

어쨌든 그는 조선 침탈에 나선 일본의 관료에 불과한 것이 아닐지. 이에 대해 일간지 도쿄특파원 겸 지사장으로 일했던 저자는 “와카마쓰는 일본 제국의 이익을 위해 일했지만 한반도의 산업과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그의 생애를 발굴한 이번 기록이 호혜(互惠)의 한일 관계를 열어가는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