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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

입력 | 2015-09-19 03:00:00


소위 ‘나쁜 남자’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수많은 여성이 자상한 남자보다 나쁜 남자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 막연한 동경이 아닌 것이, 나쁜 남자에게 데고 “다시는 그런 사람 안 만난다”며 울며불며 난리를 치다가도 금방 다른 나쁜 남자를 만나 빠져드는 여성이 한둘이 아니다.

왜 그럴까? 남자의 세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다.

독일 저널리스트 로만 코이들은 “똑똑한 여자들이 불친절하고 괴팍한 남자들에게 빠져드는 이유는 연민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의 문제가 마음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가엾게 여겨 모성애 같은 사랑으로 감싸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은 “여성의 호르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배란기에 가까운 여성일수록 착하고 믿음직한 남자보다는 조지 클루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바람둥이를 원한다는 분석이다. 하버드대와 버지니아대 공동 연구팀은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보았다. ‘온라인 소개팅’에 참가한 여대생들에게 가상의 남자에 대한 점수를 매기도록 한 것이다.

여대생들은 호혜성의 원칙에 따라 자신에게 그저 그런 반응을 보인 남자에게는 보통 점수를, 호감을 보인 남자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남자들이 여학생들로부터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부분이다. 연구진은 이를 ‘불확실성의 즐거움’이라고 이름 붙였다.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때 호기심과 더불어 호감까지 높아진다는 의미에서다.

종합해 보면 여자들이 까칠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통 알 수 없는 그에게 “뭐지? 이 남자?” 하는 궁금증을 품고 그녀가 먼저 다가가는 셈이니, 애정을 솔직하게 보여 주는 ‘쉬운 남자’보다 속이 안 보이는 ‘나쁜 남자’의 신비감에 끌리는 것이다.

아이러니는 적지 않은 여성이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나쁜 남자에게 넘어가 놓고, 결혼 후에는 입을 다문 답답한 남편을 견디지 못해 배신감으로 절절 끓는다는 점이다. 남자 쪽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데 아내가 왜 변덕을 부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결혼 전의 ‘나쁜 남자’가 결혼 후에 ‘나쁜 놈’으로 변하는 것은 남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