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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교 ‘日 월권 막으면서 군사협력 실리 챙기기’ 과제

입력 | 2015-09-19 03:00:00

[日, 전쟁 가능한 국가로]




일본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단 자위권 법안을 19일 통과시킴에 따라 한국이 다시 한 번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과거사의 진정한 반성 없이 군사활동에 대한 제약을 없앤 일본을 어떻게 상대할지가 발등에 떨어진 숙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가능해지는 일본’이라는 프레임으로 무조건 반대만 외칠 게 아니라 한국에 미칠 득실을 따져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 시나리오’ 따져봐야

국내에서 일본의 안보법제를 반대하는 쪽은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이 행사하기 때문에 미일이 협력해 자위대 파견을 결정하면 한국은 막을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6·25전쟁 때 일본 소해정이 동해에서 기뢰제거 등 군사작전을 했던 사례는 이런 우려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자위대는 유사시 주한미군의 후방사령부 역할을 맡는 주일미군과 협조 관계에 있다. 한미, 미일 군사동맹 협조 체제에서 주한미군이 주일미군으로부터 병력과 장비, 탄약을 지원받도록 돼 있는 만큼 자위대가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 체계적인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반도 인근의 자위대 활동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만 있었을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식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논의된 적이 없었다.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18일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 자체를 반대할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동의하고, 어떨 때는 반대할지 따져보는 냉정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먼저 일본에 대해 상세히 연구한 뒤 이를 토대로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북한은 최근 장거리 로켓(탄도미사일 기술) 발사와 4차 핵실험을 예고하는 등 도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안보 역량을 잘 활용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은 한국에 없는 정찰위성을 갖고 있고 이지스함, 해상초계기 등 정보자산의 운용 역량도 한국에 앞선다.

일각에서는 2012년 추진하다 무산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압력에 떠밀려 억지로 맺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의 안보 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 여부를 결정하는 주도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9월과 10월 잇달아 열리는 유엔 총회,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계기에 관련 논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 “한국, 한중일 협력 방안 제공할 수 있어”

일본 안보법제가 잠재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올해 초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노골적으로 반대한 것처럼 안보법제 통과를 기점으로 한미, 미일,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미국 주도의 동맹체제가 중국의 진출을 봉쇄하려 한다는 불신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적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전승절 참석으로 돈독해진 한중 관계를 바탕으로 한중일이 협력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모두 근무한 고위 외교관은 “안보법제 통과로 한일 간 안보대화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이를 토대로 한중일이 협력할 수 있는 소다자(小多者)회의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일본과 군사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한일 관계가 잘되면 한미, 한중 관계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미일이냐, 중국이냐’라는 양자택일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것은 최악의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말렸던 일본은 물밑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9월 초 방중을 치밀하게 추진했으며 이는 성사 직전까지 갔었다. 일본이 안보법제를 추진한 속내가 중국 견제와 중-일 관계 강화라는 ‘이중전략’인 만큼 한국도 대중(對中), 대일(對日) 관계를 유연하게 만들어 가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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