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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창출기업]“어려울수록 인재가 힘” 10大그룹, 작년보다 많이 뽑는다

입력 | 2015-09-21 03:00:00

불황·분쟁속에도 고용 늘리는 기업들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시 반도체공장 신설에 15조6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평택시의 부동산 경기도 활성화되고 있다. 평택 시내에선 신규 아파트 분양권 접수 및 상가 임대 소식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많이 걸렸고, 분양만 하면 잇달아 ‘완판’되고 있다. 동아일보DB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내수 위축으로 실적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으로 인해 내수 회복밖에 출구가 없는 한국경제 상황을 감안해 연초 계획했던 투자와 고용을 최대한 유지해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최근 동아일보는 10대 그룹에 연초에 세운 투자와 고용 계획을 현 상황에서 어떻게 바꿨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그때 롯데그룹은 위와 같이 밝혔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롯데 불매 운동’까지 당해 경영 상황이 최악이지만 투자와 고용을 연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다른 그룹에서도 나타났다. 10대 그룹 중 2곳은 연초에 세운 투자 계획보다 늘릴 것이라 답했고, 8곳은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연초 투자 계획을 유지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10대 그룹 중 연초 계획보다 고용을 더 늘리는 곳은 4곳, 유지하는 곳은 6곳이었다. 불황 속에도 대기업들이 고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올해 사상 최대 투자 기록 경신

전경련이 올해 3월 발표한 30대 그룹의 2015년 투자 계획은 136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6.5% 늘어났다. 30대 그룹의 투자액 중 1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30대 그룹의 최종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17% 이상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금액도 이전 최대 규모였던 2012년 120조4000억 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반도체 라인에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15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증설에 올해만 4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는 데 10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이천 공장의 M14 공장에 총 15조 원을 투자한다. 또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 공장에 각각 새 공장을 지으면서 2024년까지 추가로 31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신증설에만 46조 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LG전자는 평택에 진위산업단지 내 입주공사에 2017년까지 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서울 마곡에 사이언스파크를 짓는 데 2020년까지 4조 원을 투입한다.

투자를 늘리면 고용과 지역 활성화는 덤으로 따라온다.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공장 신설에 15조6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15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41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기대감은 평택시의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평택 시내에선 신규 아파트 분양권 접수 및 상가 임대 소식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분양만 하면 잇달아 ‘완판’되고 있기도 하다. 평택 반도체공장 인근 지역의 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은 “삼성전자 투자 발표를 기점으로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3.3m²당 100만∼150만 원씩 뛰었다”며 “조용하던 평택에 처음으로 전국 ‘떴다방’들까지 몰려왔을 정도”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로 이천 시내도 들뜬 모습이다. 이천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이병덕 회장(55)은 “이천시에서 가장 큰 기업이 SK하이닉스인데 이 회사가 없으면 이천 경제는 마비된다. SK하이닉스가 매년 조 단위로 투자해 고용을 늘려 주니 이천 시민들이 최고의 ‘효자 기업’으로 꼽는다”고 했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M14에 대한 SK하이닉스의 15조 원 투자가 지역경제에 5조1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5만9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로 이천시내는 들뜬 분위기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M14에 대한 SK하이닉스의 투자가 지역경제에 5조1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5만9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동아일보DB



힘든 상황에서도 고용 늘리는 대기업들


올해 7월 동아일보는 매출 상위 20대 대기업 임원 20명과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추천받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20명, 경제 전문가 10명 등 50명을 설문한 적이 있다. 현재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28명(56%)이 ‘2008년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답했다. 이 28명 중 60%는 향후 경영 개선 시점에 대해 ‘현재의 불경기가 장기적, 구조적 불황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안 좋지만 10대 그룹은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늘려 잡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월 24일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청년 고용에 나서달라고 부탁한 이후 잇달아 청년 실업 대책을 발표할 뿐 아니라 고용 규모까지 늘리고 있다.

주요 그룹들은 9월 들어서면서 일제히 하반기(7∼12월) 채용에 나서고 있다. 10대 그룹이 올해 하반기에 채용할 대졸 신입 사원은 1만8000여 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10% 더 많이 뽑는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 예년과 비슷한 4000명대를 뽑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채용 규모를 지난해(9100명)보다 많은 9500명으로 잡고 올 하반기에만 4000여 명을 뽑을 예정이다. SK는 지난해 하반기 1300명의 대졸 신입 사원을 뽑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1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LG는 하반기 약 2100명을 뽑아 지난해와 비슷하다.

국내 30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히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직원 수는 약 100만5000명이다. 1년 사이 8200여 명(0.8%) 늘어났다. 이는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0대 그룹 계열사 중 전년과 비교 가능한 253곳의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30대 그룹 중 18곳이 고용을 늘렸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5479명(3.8%)을 늘려 30대 그룹 전체 증가분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계열사 중에서는 현대차가 1858명(2.9%) 늘리며 고용 증가를 주도했고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도 각각 911명(34.8%), 906명(44.7%) 늘렸다.

신세계그룹은 3617명(9.5%) 늘려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효성(1065명), LG(860명), 동국제강(786명), 롯데(715명), 현대백화점(339명), 금호아시아나(248명), CJ(216명), SK(159명) 등 순이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자동차 조선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잇달아 위기에 빠지고 있고 수출도 부진해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이라며 “하지만 대기업들은 그나마 기초 체력을 갖고 있어 투자와 고용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노력이 한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