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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홍정수]국감 無用論에도 與野‘ 네탓 공방’만

입력 | 2015-09-21 03:00:00


홍정수·정치부

10일부터 진행된 국정감사에 임한 여야 정치권이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본보가 불량 국감 실태를 추적한 결과 상당수 의원에게 민생은 뒷전인 것처럼 보였다. 스마트폰 삼매경은 기본이었고, 자서전을 집필하거나 TV로 바둑 중계를 시청하는 등 ‘딴짓’에 몰두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19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이번 국감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하는 탄식으로 되돌아왔다. 국감을 지켜본 사람들의 입에서도 “이런 국감을 뭐 하러 하나”라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오고 있다.

여야는 당장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이 더 급해 보였다.

국감은 야당의 주무대인데도 정작 야당은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갈등에 국감장을 꼼꼼히 챙길 여력이 없어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국면을 놓고 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감 질의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여당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의 불똥이 튀면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감 현장을 지휘하는 여야 원내사령탑은 서로 ‘네 탓 하기’에 바쁘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8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야당의 트집 잡기 정치 공세 행태로 국감이 파행을 거듭하는 등 정치국감으로 변질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질세라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여당이 국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집중 공격한 것과 관련해 “일간베스트 수준의 질의를 한 것은 국감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국감 정쟁이 ‘도토리 키 재기’로 보일 뿐이다.

이제라도 국감을 부활시킨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국감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나마 질타의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국감 무용론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과 체념이다.

홍정수·정치부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