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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극한 충돌 피했지만… 비주류 핵심 빠진 ‘반쪽 재신임’

입력 | 2015-09-21 03:00:00

[野 ‘세 갈래 마이웨이’]野연석회의서 “文, 재신임” 의결
의원-당무위원 160명중 93명 참석… “당 지도부 흔들기 중단” 뜻 모아
안철수-박지원-김한길 등 불참… 총선 앞두고 분열-재편 가능성




회의장 곳곳 빈자리 새정치민주연합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소집해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당무위원과 의원을 포함해 재적 160명 중 93명이 참석해 절반을 겨우 넘겼다. 회의 초반 참석률이 낮아 회의장 곳곳이 비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야권의 주도권을 둘러싼 삼국지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주무대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다. 문재인 대표가 20일 재신임 의결을 이끌어내며 위기의 1차 터널을 통과했다. 비노(비노무현) 측이 움츠린 틈새에서 안철수 의원은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친노(친노무현)를 향해 혁신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당 바깥에서 범야권 통합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반(反)문재인’의 기치를 선명히 했다. 세 사람은 이날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이들의 밀고 당기는 주도권 쟁탈전이 야권 지형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사진)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20일 열린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이 의결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문 대표 체제에 대한 ‘흔들기’를 멈추는 대신 ‘재신임 투표’는 하지 않기로 당의 총의를 모았다. 문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걸고 비노 진영을 밀어붙였던 정치적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많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일부 불참이 있었지만 이날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을 결의한 만큼 외관상 문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된 셈이다.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내일(21일)로서 대표의 거취 논란은 종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연석회의에는 재적 160명 중 국회의원 81명 등 93명이 참석했다. 연석회의는 국회의원 129명과 당 소속 시도지사를 포함한 원외 주요 당직자 31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이날 사실상 독자 노선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김한길 주승용 박영선 등 비노 진영의 핵심 인사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또 재신임 투표에 강하게 반발했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역시 노웅래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불참해 ‘미완의 재신임’이라는 한계도 드러냈다. 파국의 위기는 넘겼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비공개로 이뤄진 연석회의에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게 나왔다고 한다. 친노 진영의 홍의락 의원은 “재신임 투표를 하는 게 맞다”며 “지금 봉합하려고 하는 건데 이대로 봉합이 되겠느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비노 측 노 의원은 “이미 정해놓고 한 것 아니냐. 이런 식의 결의는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재신임 정국을 통해 리더십을 다진 문 대표가 이제는 대통합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등 공천과 관련된 핵심 요직을 비노 측에 제안하는 ‘결심’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당의 통합과 재건을 통해 당 지지율과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대표 후퇴론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급한 불은 껐지만 야권 분열과 재편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안철수 의원이 부패 척결을 앞세워 당내 ‘인적쇄신’의 시동을 걸었고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신당의 깃발을 든 이상 언제든 헤쳐 모이기가 가능해졌다.

특히 안 의원이 꺼내든 고강도 인적쇄신론은 예기치 않은 원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부패 척결’ 대상으로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이 당에서 이탈해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로 예정된 조국 서울대 교수 등 혁신위원회의 일부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한 불출마 촉구 선언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문 대표는 천 의원에게 ‘통합’을 고리로 손을 내밀고 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다. 천 의원 측 염동연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새정치연합은 총선 뒤 흩어지고 사라질 당이니 같이 할 일은 영원히 없다”고까지 했다. 안 의원 역시 ‘인적쇄신’을 앞세운 ‘혁신’의 명분을 쥐고 당내 투쟁의 강도를 높여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인적쇄신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문 대표로서는 안 의원의 ‘부패 척결론’으로 부담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당내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고민이 커진 면도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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