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골프인생은 12번홀 도는 중”
○처음 세 아이들 아빠노릇 하는 중
“큰아들 호준이(18)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고 둘째 딸 신영이(14)와 막내아들 강준이(12)에게도 중요한 시기다. 아빠가 곁을 지켜줘야 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아이들부터 챙기고 있다. 내가 늘 집을 비웠기에 처음엔 애들이 어색해하더라. 함께 책을 읽고 식사도 하다보니 이젠 다들 편해 한다.”
최경주가 가정교육에서 지키는 두 가지 철칙이 있다. “아이들과 있을 때 TV를 보지 않고 대화를 한다. 아이들보다 먼저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또래로 두 딸을 둔 기자의 얼굴이 순간 후끈거렸다.
○프레지던츠컵 통해 男골프 도약 기대
푸근한 목소리로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던 그가 본업 얘기로 돌아갔다. 다음 달 8일부터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얘기였다. 만약 최경주가 없었다면 한국이 이 대회를 아시아 최초로 개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2003년 한국인 선수 최초로 프레지던츠컵에 데뷔한 뒤 2007년과 2011년에도 출전했다. 통산 3회 출전은 아시아 선수 최다 기록. 비록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선수는 아니지만 인터내셔널팀 수석부단장으로 참가해 팀원들을 이끌게 됐다. “2003년 처음 프레지던츠컵에 나갈 때 남아공까지 20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 거리라면 언젠가 한국에서도 개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뿌듯하다. 한국 골프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 것 아닌가.”
PGA투어에 태극기를 달고 나가 유명했던 최경주는 한국에서 골프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비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최경주는 “골프선수로서 내 삶을 골프에 비유하면 이제 전체 18홀 중 절반 정도를 마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12, 13번홀 정도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다. 호적상으로 1970년생인 그의 실제 나이는 1968년생으로 47세다.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4년 넘게 통산 8승에 묶여 있다. PGA투어에서 통산 상금만 3000만 달러(약 349억 원)를 돌파한 그는 “10승이 목표다. 9승만 하면 ‘넘버 10’은 바로 따라올 것 같다. 나는 아직 꿈이 있다. 내년 시즌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PGA 통산 상금 349억원
전남 완도 출신인 그는 한국 골프의 개척자를 넘어 어느덧 필드의 전설이 되고 있다. 그의 에이전트인 IMG에 따르면 전 세계를 넘나드는 최경주의 연간 항공 마일리지는 30만∼40만 마일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진출 후 누적 마일리지만 따져도 600만 마일(약 965만 km)로 지구를 240번 이상 돈 거리가 된다. 그의 애창곡은 널리 알려진 대로 남진의 ‘빈잔’이다.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비워야 다른 뭔가를 채울 수 있다는 해설과 함께 이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즘도 가끔 부르냐고 물었더니 그는 “애들 재우느라 기회가 없다. 다시 잔을 채우는 날 마이크를 잡겠다”며 웃었다. 비우면서 계속 달려온 ‘탱크’의 힘찬 진격이 기다려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