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해당 5개 차종 검사할 것”
빈터콘 CEO “매우 죄송”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소비자와 대중의 신뢰를 저버리게 돼 개인적으로 매우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빈터콘 회장이 5월 독일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장면. AP 뉴시스
이날 판매 중단으로 올해 일본의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제1위의 자동차 회사 등극을 꿈꾸던 폴크스바겐그룹의 꿈은 무너졌다. 폴크스바겐그룹은 폴크스바겐, 아우디를 포함해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셰 등 12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EPA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검사 때에만 차량의 배출 통제 시스템을 최대로 작동시키고 일반 주행 때는 이를 중지시키는 SW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실제 주행할 때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의 양이 차량검사 때보다 최대 40배 많았다는 게 EPA의 판단이다. 통상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작동시키면 연료소비효율과 출력이 떨어진다. 폴크스바겐이 이 같은 변칙적인 방식을 적용해 주행 시의 차량 성능을 극대화한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차량들은 한국에서도 판매가 많은 인기 차종들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8월까지 약 2만4800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이번에 문제가 된 골프와 파사트 제타 비틀 등 4개 차종은 전체 판매량의 60.7%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문제가 된 차종들은 미국 환경규제에 맞춘 것으로 유럽 환경기준에 맞춰 수입된 국내 판매 차종과는 다르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8월까지 1706대가 팔린 아우디의 A3 모델 역시 미국에서 문제가 된 차량과 같은 제품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문제가 된 차량으로 국내에 들어온 모델에 대해서는 실제 도로 주행 조건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SW가 설치돼 있는지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검사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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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美 판매 중단”
지난해 1023만 대를 판매한 도요타는 올해도 10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 1위 업체의 위상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팀장은 “올해 도요타는 생산설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양적 성장을 자제했지만 폴크스바겐의 이미지 추락으로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8월 말 기준 8.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현대·기아차도 간적접인 판매 증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디젤차량을 판매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젤 차량에 관심을 보이던 미국 소비자들이 엑센트나 엘란트라(아반떼)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도요타나 현대차의 리콜 사례처럼 소비자의 권익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미국에서 논란이 빚어지면 완성차업계는 정부에 백기투항을 할 수밖에 없다”며 “폴크스바겐도 이번 이미지 추락이 장기화하면 예상보다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