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3>코스콤-서울 대신시장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대신시장에서 정연대 코스콤 사장(오른쪽)이 시장 상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 사장은 이날 추석을 앞두고 영등포구 저소득 가정에 줄 선물세트를 사기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대신시장을 찾았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대신시장 떡집 ‘서울떡방아간’에서 정연대 코스콤 사장은 상인이 건네는 인절미를 맛본 뒤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물품을 사러 코스콤 임직원들과 함께 대신시장에 들른 길이었다. 이날 코스콤은 샴푸 치약 등 생필품이 담긴 추석 선물세트와 떡 등 소외계층에 전달할 물품 700만 원어치를 구입했다. 선물은 영등포 쪽방촌 등에 거주하는 소외계층 200명에게 보낼 예정이다. 정 사장은 이날 소외계층에 줄 선물과는 별도로 추석 차례용으로 쓸 북어포 5만 원어치와 개인적으로 줄 추석 선물세트 2세트 등도 온누리상품권으로 함께 구매했다. 코스콤이 선물세트를 구입한 잡화점인 ‘영광DC프라자’의 방봉숙 사장(58·여)은 “(코스콤 직원들이)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와 상인들을 도와줘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쇠락은 막을 수 없었다. 백화점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대신시장은 176개의 상가가 들어설 수 있게 구성돼 있지만 오가는 손님이 적어 지금은 100여 개의 점포에서만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코스콤 임직원들이 찾은 날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는데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적했다. 최명희 서울떡방아간 사장(72·여)은 “전통시장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겪어 보지 않으면 얼마나 형편이 안 좋은지 잘 모를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스콤이 대신시장과 자매결연을 한 건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여의도 금융가 중심에 위치한 코스콤과 신길동에 위치한 대신시장의 거리는 자동차로 약 10분, 걸어서는 약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코스콤에서 오갈 수 있는 시간만 따지면 영등포시장이 더 가깝다. 하지만 코스콤은 인연을 맺을 전통시장을 찾을 당시 영등포시장보다 훨씬 열악한 대신시장을 택했다. 더 어려운 시장에 도움을 줘야 진정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연봉 대신시장 상인회장은 “다른 전통시장들도 기업들과 자매결연을 하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전적으로 도와주는 곳은 별로 없다고 들었다”며 “코스콤의 도움은 상인들의 피부에 와 닿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선물 구입 행사 때뿐만 아니라 코스콤 직원들은 개인적으로도 대신시장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현주 코스콤 과장은 “점심시간이 되면 가끔 여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택시를 타고 대신시장에 와서 참기름이나 생필품을 산다”고 말했다. 남자 직원들은 저녁에 대신시장에 들러 홍어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코스콤은 단순히 물건을 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회사 특성에 맞게 대신시장 상인들에게 IT 교육을 해주고 있다. 코스콤은 상인들을 상대로 PC 활용, 인터넷뱅킹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왔으며 IT 고객만족(CS)서비스 노하우도 가르쳐 주고 있다. 시장 내 컴퓨터와 복사기 등 IT 기기 교체를 후원해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코스콤은 시장 환경 개선 차원에서 발광다이오드(LED) 간판과 전광판을 제작해 지원하기도 했다. 시장 입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지나가는 손님이 시장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