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쿠바 정부는 당시 장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카스트로의 사진을 공개했다. 흰색 바탕에 빨간색 줄이 그려진 아디다스 운동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그러자 아디다스사는 “우리는 쿠바 올림픽 대표팀을 후원할 뿐 카스트로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부랴부랴 해명을 내놨다. 카스트로가 세계적 유명 인사이기는 해도 스포츠업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싫어하는 만큼 마케팅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까 우려했을 것이다,
▷공산혁명으로 권좌에 오른 카스트로가 평소 즐기는 차림은 군복이었다. 평생 혁명가로 살아온지라 수술까지 받은 고령임에도 카스트로는 환자복보다 운동복 차림이 사진을 찍으면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나온다고 여겨 입기 시작했다. 나이키 푸마 제품도 입었지만 선호 브랜드는 아디다스다. 안타깝게도 타임은 2010년 최악의 옷차림 세계 지도자 10명을 꼽으면서 ‘아디다스 제공’이라는 제목으로 카스트로를 포함시켰다. 카스트로의 굴욕인지, 아디다스의 굴욕인지.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