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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경제는 말, 정치는 마차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데는 여러 대내외 요인이 겹쳐 있다. 중국 브라질의 경기침체 같은 해외 변수는 독자적 해법 마련에 한계가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차가 말을 끌겠다는 식의 반(反)시장적 저질 정치의 폐해가 나라를 짓누르는 현실이다.
미국의 케이토연구소 등 세계 91개 연구기관 연합체인 경제자유네트워크가 얼마 전 발표한 올해 경제자유지수 조사에서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두바이 포함)가 1위에서 5위까지를 차지했다. 경제자유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1인당 소득과 경제성장률도 월등히 높았다. 한국의 올해 순위는 조사 대상 157개국 중 39위로 작년보다 7계단 내려갔다. 이런데도 한국에서는 사유재산권과 기업 활동을 더 옥죄지 못해 안달인 정치인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 국정감사는 한국형 저질 정치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場)이다. 올해 국감에서는 “(증인석에서) 일어서서 ‘물건’ 좀 꺼내 봐라. 내가 좀 보게”(김용익 의원) “과장이라는 ‘작자’가 이렇게 한 거냐”(김동철 의원)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재벌의 하수인”(홍종학 의원) 같은 인격 모독성 막말이 난무했다. 경찰청장에게 총기 사용 시연을 요구하거나(유대운 의원) 롯데 회장에게 “한국과 일본이 축구 경기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박대동 의원) 같은 황당한 질의도 나왔다. 오죽했으면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노조가 “면책특권을 악용해 공무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실상의 범죄행위”라고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았겠는가.
국감 막말 정치인 기억해야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는 “초선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막강함을 확실히 깨닫는 때가 국감일 것”이라고 꼬집는다.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감은 사법부와 사정(司正)기관까지 정치권의 눈치를 보게 만든다. 걸핏하면 민간기업의 경영 판단까지 국감에 끌어들여 비난하는 모습도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렵다. 무분별한 증인 채택과,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식의 호통만 치는 국감의 역기능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