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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살인 태클과 이단옆차기

입력 | 2015-09-23 03:00:00


강정호(피츠버그)를 시즌 아웃시킨 크리스 코글린(시카고 컵스)은 사과를 했지만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코글린은 “강정호가 다친 건 나도 싫다. 누구도 사람을 일부러 다치게 하지 않는다. 나는 룰 안에서 열심히 했을 뿐이다”라고 강변했다. 강정호도 “코글린은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가 날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글린은 18일 오른발을 높이 든 채 2루 슬라이딩을 해 강정호의 왼 무릎과 정강이를 망가뜨렸다. 강정호는 남은 경기는 물론 내년 시즌 출장마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코글린은 신인왕을 차지한 6년 전에도 일본의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다치게 한 전과가 있다.

한일 양국의 야구팬들은 모처럼 합심해서 코글린을 공격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은 비난과 욕설로 도배됐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단어인 차별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현지 분위기는 강정호가 불운 내지는 부주의했고, 코글린은 정당했다는 반응이 주류다. 강정호가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발을 치켜들고 2루에 들어가는 동영상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문득 그 유명한 박찬호의 이단옆차기가 생각난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시절인 1999년 희생번트를 댄 뒤 애너하임 투수 팀 벨처가 가슴을 강하게 태그하며 터치아웃을 시도하자 11년 연상인 상대의 목 부위를 밀친 뒤 돌려차기를 작렬시켰다.

터놓고 말해 한국 팬의 입장에선 속 시원한 장면이었다. 경기 초반 빈볼 시비가 있는 등 이미 험악한 상황이었기에 박찬호는 최소한 팀 내에선 두둔을 받았다고 보도됐다. 그러나 박찬호가 2013년 국내 한 방송에 나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당시 동료들에게서도 싸늘한 시선을 느꼈고, 밖에선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코글린과 박찬호는 같은 가해자이면서 서로 다르다. 코글린은 경기 중 행위였다. 컵스의 조 매든 감독 말처럼 “야구에서 100년간 해 오던 관례”인 것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볼 데드 상황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승부와 상관없이 상대를 다치게 한 점이다. 동업자 정신을 망각했다.

야구는 배구, 테니스처럼 코트를 나눠 쓰지 않지만 아이스하키, 축구와는 달리 몸싸움이 없는 경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베이스 주위, 특히 홈 플레이트와 2루에선 신체 접촉이 빈번하다. 투수가 위협구를 던지는 일도 종종 있다. 선수가 직접 상대에게 야유하는 게 허용되는 유일한 경기이기도 하다. 팀의 단합을 위해 일부러 벤치 클리어링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중성이 있는 게 야구다. 코글린, 이와무라, 박찬호는 이런 일을 겪은 뒤 한동안 부진에 빠졌다. 벨처는 곧 은퇴했다. 내셔널리그 유력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강정호는 큰 손실을 입었지만 어른스러운 대응으로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번 일을 롱런을 위한 전화위복으로 만들길 기대해 본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