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글린은 “강정호가 다친 건 나도 싫다. 누구도 사람을 일부러 다치게 하지 않는다. 나는 룰 안에서 열심히 했을 뿐이다”라고 강변했다. 강정호도 “코글린은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가 날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글린은 18일 오른발을 높이 든 채 2루 슬라이딩을 해 강정호의 왼 무릎과 정강이를 망가뜨렸다. 강정호는 남은 경기는 물론 내년 시즌 출장마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코글린은 신인왕을 차지한 6년 전에도 일본의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다치게 한 전과가 있다.
그러나 현지 분위기는 강정호가 불운 내지는 부주의했고, 코글린은 정당했다는 반응이 주류다. 강정호가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발을 치켜들고 2루에 들어가는 동영상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문득 그 유명한 박찬호의 이단옆차기가 생각난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시절인 1999년 희생번트를 댄 뒤 애너하임 투수 팀 벨처가 가슴을 강하게 태그하며 터치아웃을 시도하자 11년 연상인 상대의 목 부위를 밀친 뒤 돌려차기를 작렬시켰다.
터놓고 말해 한국 팬의 입장에선 속 시원한 장면이었다. 경기 초반 빈볼 시비가 있는 등 이미 험악한 상황이었기에 박찬호는 최소한 팀 내에선 두둔을 받았다고 보도됐다. 그러나 박찬호가 2013년 국내 한 방송에 나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당시 동료들에게서도 싸늘한 시선을 느꼈고, 밖에선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코글린과 박찬호는 같은 가해자이면서 서로 다르다. 코글린은 경기 중 행위였다. 컵스의 조 매든 감독 말처럼 “야구에서 100년간 해 오던 관례”인 것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볼 데드 상황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승부와 상관없이 상대를 다치게 한 점이다. 동업자 정신을 망각했다.
이처럼 이중성이 있는 게 야구다. 코글린, 이와무라, 박찬호는 이런 일을 겪은 뒤 한동안 부진에 빠졌다. 벨처는 곧 은퇴했다. 내셔널리그 유력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강정호는 큰 손실을 입었지만 어른스러운 대응으로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번 일을 롱런을 위한 전화위복으로 만들길 기대해 본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