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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美방문 교황 ‘극진 영접’…‘무슬림 대통령’ 논란 의식?

입력 | 2015-09-23 16:20:00


생애 첫 미국 방문을 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극진한 영접을 받았다. 교황은 22일 오후 3시50분경(현지시간) 알이탈리아 항공 전세기편으로 매릴랜드 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내렸다.

교황은 쿠바에서와 마찬가지로 선대 교황이 입던 붉은 망토대신 ‘수단’(카속·cassock)만 입었으며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다 흰색 ‘주케토(교황 모자)’를 벗어드는 것으로 미국인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공군기지까지 나온 수백명의 환영인파는 ‘웰컴 투 유에이스에이(미국방문을 환영합니다’를 연호했다.

영부인 미셸 여사와 두 딸, 장모까지 가족을 모두 데리고 나온 오바마 대통령은 트랩 아래에 깔린 레드카펫 맨 앞까지 가서 가장 먼저 교황을 영접했다. 그가 해외 귀빈을 공항에서 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공항에서 영접하긴 했으나 미국 대통령들은 다른 외국정상들과 마찬가지로 백악관에서 교황을 맞는 게 관례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항 영접은 물론 레드 카펫에 28명으로 구성된 의장대 사열까지 준비했다.

교황을 맞는 모습도 지극히 공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이 트랩을 내려오자 고개를 연신 숙이며 악수를 청하는 형태로 교황의 손을 잡았다. 이어 조 바이든 부통령 부부, 미국 주교단 등 다른 환영객들을 직접 안내할 때에는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며 극도의 예의를 갖췄다.

이튿날인 23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 가운데 세 번째로 백악관을 찾았을 때도 극진한 영접은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교황을 태운 리무진이 백악관 남쪽 잔디 입구로 들어서자 교황이 밟을 레드카펫 끝에 먼저 와서 기다렸다.

장장 90분간이나 진행된 백악관 환영 행사에는 오바마 대통령 내외, 주요 정치인, 일반 가톨릭 신자 등 수천 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21발의 예포가 울리는 가운데 미국 국가와 바티칸 국가가 연주된 뒤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환영인사를 했고 교황이 답사를 했다. 두 정상이 회담을 위해 백악관 건물로 들어갔다가 발코니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자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교황 환대에 대해 쿠바와 이란정책, 기후변화, 가난 및 소득불평등 문제에서부터 낙태문제에까지 두 사람의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등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무슬림 대통령’ 논란을 의식한 때문이란 분석도 했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 앞에서 자신이 기독교 신도라는 것을 밝히는 신앙고백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교황은 쿠바를 출발한 미국행 전용기 안에서 “당신에 대해 사회주의자라거나 심지어 가톨릭교도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수행 기자의 질문에 “나는 교회의 교리를 따르는 사람일 뿐 사회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교황은 “나는 교회를 따르고 교회의 사회적 교리에 있는 것 이상으로 말한 적이 결코 없다. 이런 면에서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 말이) 약간 좌경적으로 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통역의 실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