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와 남미 신흥경제국들의 통화가치가 추락하면서 몇몇 국가는 외환위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나돈다. 22일 말레이시아 링깃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1997년 태국의 밧화 폭락을 신호탄으로 동남아와 한국을 삼킨 아시아 외환위기 때의 최저점 수준에 근접했다. 브라질의 헤알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가치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들 신흥국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신흥국 경제 불안의 핵심은 세계 최대 신흥경제국인 중국의 경기 불안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그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큰 위험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어제 중국 정부가 발표한 9월 제조업지수는 2009년 3월 이후 6년 반 만의 최저치인 47.0으로 시장의 예상을 밑돌았고 이 여파로 아시아 각국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외환위기’ 소리만 나와도 한국은 1997년 IMF 위기를 떠올리며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어제 코스피는 전날보다 37.42포인트 내리고 원-달러 환율이 12원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했지만 통화가치나 국가부도지표 면에서 심각한 위험신호에 직면하진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해 다른 신흥국들보다는 사정이 양호하다. 그럼에도 외환위기설이 도는 나라는 대체로 부패 스캔들 등 정치 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부채 규모도 크다는 공통점이 있어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