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어제 “책임 있는 분들의 백의종군 선당후사(先黨後私)가 필요하다”며 문재인 대표의 내년 총선 불출마 철회와 부산 출마를 요구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의원 등 전직 대표들은 통합과 승리를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을 실천해 달라”고 촉구했다. 당이 지정한 열세지역에 출마하거나 아니면 알아서 불출마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혁신위는 120일 활동의 마지막 발표를 인적 혁신안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문재인 살리기’와 ‘비노(비노무현) 죽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말 당권 도전과 함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 대표에게는 굳이 재출마를 권유하면서, 문 대표의 위상에 위협적인 다른 중진들한테는 현행 지역구보다 어려운 영남 등에 나가지 않으면 공천을 안 주겠다는 ‘살생부’를 내놓은 셈이다. 당장 부산 출마를 종용받은 안철수 의원이 현 지역구(서울 노원병) 고수를 밝히며 반발하고 나섰다.
혁신위가 내놓은 공직선거 예비후보자의 부적격 기준도 곰곰 뜯어보면 친노(친노무현)를 위한 예외조항이 너무 많다.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의 위원들이 ‘야당 탄압’이라고 판단하면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사면·복권도 예외로 인정해 2006년 특별사면을 받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부적격 대상에서 빠지게 했다. 반면 박지원 김재윤 의원의 경우는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만으로도 공천신청을 할 수 없게 해놓았다. 결국 문 대표와 친노 주류세력이 내 사람, 내 계파는 챙기고 반대세력은 잘라버리는 고무줄 잣대로 ‘공천의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