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로페즈.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8월 북한 포격 도발 시기 맞물려 오해
통역설명 듣고 “동료들 의지 느껴졌다”
국내 스포츠에선 종종 ‘단체 삭발’을 볼 수 있다. 팀이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선수들끼리 ‘한 번 뭉쳐보자’는 의지를 모으는 행동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선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8월 단체로 머리를 짧게 깎았다. 당시 제주는 5경기 무승의 부진에 빠져있었는데, 단체 이발은 이를 깨보자는 선수들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제주는 8월 23일 광주FC와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이후 상승세를 탔고, 다시 상위 스플릿 경쟁권에 들게 됐다.
국내선수들의 단체 삭발을 지켜본 제주의 외국인선수 로페즈(25·사진), 까랑가(24), 알렉스(26) 등은 깜짝 놀랐다. 제주 선수들이 단체 삭발을 감행했을 때는 북한이 포격 도발을 해온 시기였다. 로페즈는 당시를 떠올리며 “북한이 포를 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동료들이 전부 머리를 짧게 깎았더라. 다 군대로 들어가 전쟁에 나서는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지금이야 하나의 해프닝으로 웃을 수 있는 일이 됐지만 나를 비롯해 까랑가, 알렉스는 정말 놀랐다”며 웃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