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장전 여부 확인하지 않고 안전장치까지 제거… 미필적 고의” 경찰의 ‘과실치사’ 판단 뒤집어
지난달 서울 외곽 검문소에서 권총을 쏴 의경을 숨지게 한 은평경찰서 박모 경위(54)에게 검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한 경찰의 판단을 뒤집은 것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선)는 지난달 25일 서울 은평구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자신을 빼고 간식을 먹는다는 이유로 함께 근무하는 박모 상경(21)을 권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박 경위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예비적으로 중대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인정되더라도 최고 형량이 5년 이하의 금고인 데 반해 살인죄가 인정된다면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 사형까지 가능하다.
사건 직후부터 박 경위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군인권센터와 유가족 일부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달 초 경찰은 권총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의경들과 장난을 치던 중 실탄이 발사될 줄 모르고 방아쇠를 당겼다는 박 경위의 진술과 평소 박 경위와 피해자가 친했던 점 등을 근거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다.
또 검찰은 프로파일러의 심리 분석 결과와 박 경위가 8년 동안 우울증과 불안증 약을 복용했다는 점에서 의경들이 자신을 빼놓고 간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격분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 검찰은 박 경위가 다른 의경들에게 총구를 돌려 위협을 느끼게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총기 출납 대장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도 추가해 재판에 넘겼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