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83>차례상 이젠 간소하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사기관들은 모두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가격을 조사한다. 4인 가족이 한 끼 먹는 음식량에 맞춰 가격을 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차례를 지내는 집들은 대부분 그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준비한다. 최 씨는 “보통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의 약 3배 되는 양만큼이 부엌에 있다”고 말했다.
최 씨를 비롯해 취재에 응한 사람들은 차례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친척끼리 먹은 뒤 남는 걸 싸줘도 많은 양이 남는다고 했다. 주부 서누리 씨(39)는 “지난 설날에 남은 차례상 음식을 일주일 동안 데워 먹다 결국 버렸다”고 말했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 자체도 과도한 경우가 많다. 제기에 올리는 음식은 홀수로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채은선 씨(35·여)는 “3마리면 족할 조기를 5마리를 담고, 사과도 3개만 올려도 되는데 굳이 5개를 쌓아 올린다”고 말했다. 고기도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를 종류별로 모두 준비한다. 나물도 고사리 숙주 시금치 등 여러 종류를 내놓는 게 정석인 것처럼 여겨진다.
문제는 식구 대부분이 허례허식을 줄이자고 마음먹지만 한 명이라도 ‘그러면 조상들이 섭섭해하고 손님들 보기도 안 좋다’고 말했을 때,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평소 간소하게 차례를 지내거나 아예 안 지내던 집도 며느리 등 새 식구가 들어오면 집안의 기품을 보여준다며 푸짐한 차례상을 차리는 것도 허례허식이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