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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질소 과자’ 오리온 변신에 박수쳐야하는 이유

입력 | 2015-09-25 03:00:00


박재명·소비자경제부

“돈 주고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안에 딸려 왔어요.” 지난해 국산 과자의 과대 포장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떠돌던 우스갯소리 중 하나입니다. 당시 소비자들은 ‘과자 끊기’ ‘수입 과자 애용’ 등의 방법으로 대처에 나섰습니다. 심지어 과자 묶음을 뗏목으로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청년들까지 등장했습니다.

올해 ‘질소 과자’의 상황은 어떨까요. 기업들도 이 같은 일이 지속되는 상황에 우려하며 해결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오리온입니다. 오리온은 9월부터 대표 감자스낵인 ‘포카칩’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중량을 10% 늘렸습니다. 감자스낵 부문에서 1위 제품인 만큼 과대 포장 문제를 해결할 해법 중 하나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20일 가까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요. 오리온 측은 “아직 한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출 증가 등 당초 기대했던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9월 초 오리온이 포카칩 중량 증가를 발표했을 당시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도 “달랑 10% 늘리면서 생색을 낸다”는 내용의 ‘악플’이 주를 이뤘습니다.

다른 과자 생산업체 역시 비슷한 반응입니다. 오리온이 선도적으로 중량 늘리기에 나섰지만 여기에 동참하는 기업이 아직 없습니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질소 과대 포장으로 가장 비난을 받은 것이 포카칩”이라며 “우리 과자는 과대 포장 논란과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내 과자 생산업체들의 ‘중량 줄이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리온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고 “질소 과자 논란 때문에 조치를 취해도 매출과는 상관이 없다”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리온은 포카칩 외에 다른 과자류도 질소 거품을 빼고 중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입니다. 풍선껌 제품인 ‘와우’는 이미 중량 10% 증가 조치를 완료했습니다. 오리온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이 따라오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우리 계획대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이 잘못할 때는 욕하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갈 때는 칭찬하는 것이 바람직한 소비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재명·소비자경제부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