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건강 리디자인] [당신의 노후건강, 3040때 결정]질 높은 수면법
눕는 자세, 침실 환경, 취침 시간, 운동 시간 등에 따라 ‘수면의 질’은 크게 달라진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운데)가 코골이와 근육통이 있는 김효진 씨(오른쪽)에게 적합한 수면 자세를 조언하고 있다. 고양=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거의 매일 오후 2시 정도 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집니다.”
출판사 대표인 김홍민 씨(39)와 회사원 김효진 씨(34)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잠’과 관련된 고민거리다. 두 사람은 ‘건강한 3040세대’다. 만성질환도 없고, 종합건강검진에서 특별한 문제를 지적받은 적도 없다. 하루에 6시간 정도 자고, 과음도 잘 하지 않는다. 운동도 주 2∼3회 정도 꾸준히 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생활습관으로 꼽히는 잠에서 두 사람 모두 만족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최근 진행한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PSQI·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설문 결과 홍민 씨는 21점 만점에 8점, 효진 씨는 7점을 받았다.
○ 일정한 시간대와 잠에 집중하는 침실 환경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두 사람의 PSQI 결과를 토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먼저 홍민 씨의 경우 전형적인 3040세대의 ‘야근형’ ‘올빼미형’ 생활습관이 있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반∼10시 정도로 약간 늦고 퇴근은 오후 10∼11시에 할 때가 많다. 보통 오전 2시경에 잠자리에 들어 8시경에 일어난다.
홍민 씨는 “늦게 자는 게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란 생각은 하지만 회사 업무 패턴이 야근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취침 습관을 고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대신 홍민 씨의 문제로 지적된 건 잠에 집중하기 어려운 침실 환경이었다. 침대에 누워 TV 또는 스마트폰을 보다 잠드는 습관은 당장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리와 빛(화면)은 집중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뇌를 자극해 깊은 잠에 빠지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자기 전에는 최대한 뇌를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침대 위에서는 책도 안 보는 게 좋고, 침실에서 TV를 없애고 스마트폰 화면 밝기만 낮게 조절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효진 씨의 경우 코골이와 자고 난 뒤에도 몸이 뻐근한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아침에 일어나면 근육통이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러나 뻐근함, 나아가 근육통은 잠자는 자세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진은 효진 씨의 평소 자세부터 체크했다. 효진 씨는 밤 12시 정도에 취침하고 반듯이 누워 자는 편이다. 하지만 남편의 팔을 벤 채로 잠들 때가 많다. 효진 씨는 “침대에 누워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습관적으로 팔베개를 한 상태에서 잠이 든다”고 말했다.
팔베개를 할 경우 삐딱하거나 불안정한 자세가 되기 쉬워 척추와 근육 등에 무리가 생긴다.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면 몸 전체적으로 뻐근함 등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오 교수는 코골이 또는 자고 일어났을 때 근육통이 있는 사람들에게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를 추천했다. 옆으로 몸을 구부린 상태로 무릎에 베개나 쿠션을 받치고 자면 척추와 근육에 훨씬 무리가 덜 간다는 것이다. 또 침대에서 배우자와 약간 공간을 두고 자는 것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잠자기 전 운동, 몸매 관리에 별 도움 안 된다
몸매와 건강 관리 차원에서 3040세대가 적극적으로 하는 운동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꼭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흔히 운동은 언제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많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운동은 질 높은 수면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홍민 씨와 효진 씨는 모두 회식을 하거나 저녁을 많이 먹은 뒤에 1∼2시간 정도 빠르게 뛰는 경우가 많았다. 둘 모두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하는 운동은 오히려 몸매 관리에 해가 될 수 있다. 뇌를 활성화하고, 긴장시켜 숙면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혈액순환이나 소화를 돕는 효과도 떨어진다.
오 교수는 “운동은 낮이나 이른 저녁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고, 잠자기 전에는 긴장도 높은 액션영화나 운동 경기 등을 보는 것도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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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3040세대를 진료하다 보면 식사, 음주, 운동 등에 비해 ‘잠’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가 많다. 잠에 대해 먼저 고민 상담을 하거나, 질문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재충전 활동이다. 직장생활과 육아 등으로 한창 바쁜 3040세대가 사실은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3040세대 중 많은 수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다.
잠은 개개인의 주요 생활습관 중 공통점이 가장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식사와 음주의 경우 사람마다 선호도와 섭취량에 차이가 크다. 운동도 즐기는 종목과 방식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통상 직장생활을 하는 3040세대의 경우 밤에 짧게는 5∼6시간, 길게는 7∼8시간 정도를 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만큼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수면 질 높이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3040세대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매일 7시간 정도는 자라는 것이다. 성인은 7∼8시간 정도 자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대부분은 이보다 적은 시간을 잔다. 야근을 비롯한 사회활동으로 늦은 귀가와 늦은 취침 시간으로 고민하는 이들은 취침 시간이라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많은 3040세대가 막연히 가지고 있는 ‘그냥 푹 자면 되는 것 아니냐’, ‘낮에 짬을 내서 잠깐 자면 된다’, ‘주말에라도 몰아서 자면 된다’는 인식은 바꿔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수면의 질이 절대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말에도 평일과 같은 시간대, 같은 양의 잠을 자는 게 바람직하다. 또 낮에 잠시 잠을 자는 것도 뇌의 규칙적인 반응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이런 행동은 지양하는 게 좋다.
좋은 음식과 운동 등에 투자하는 만큼 잠자리 습관과 침실 환경에 투자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잠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생활습관이기 때문이다. 잠자리 자세를 교정하고 침실의 조명과 전자기기만 조정해도 수면의 질은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수면 습관을 전문가를 통해 진단 받은 뒤 1∼2주 정도만 노력해도 효과를 보는 사람이 많이 있다.
고양=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