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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의 정치해부학]여당 주류가 차기 권력 잡는 일은 없었다

입력 | 2015-09-25 03:00:00


박성원 논설위원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홍문종 의원이 23일 TV에 나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나오는 지역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한번 나가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문 대표가 부산 사상에 재출마하거나 다른 지역구에 출마할 경우 김 대표더러 멀쩡한 영도 지역구를 놔두고 문 대표를 쫓아가 한번 겨뤄 보라는 거다. 만일 누가 홍 의원더러 현 지역구(경기 의정부을) 말고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재출마할 서울 노원병에 가서 붙어보라고 한다면 홍 의원은 뭐라고 할까.

릴레이식 김무성 저격 시리즈?

홍 의원은 또 “야당은 기소되면 (공천) 안 된다, 전과가 있어도 안 된다, 당 대표들은 다 물러나라 하면서 국민이 박수 칠 안들을 제시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부러운 듯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당헌 당규에 유죄 판결이 아니라 기소만 돼도 당원권이 정지돼 공천 신청도 못 하도록 한층 강력한 장치를 완비해 놨다. 당 사무총장까지 지낸 홍 의원이 이것도 모르고 한 소리는 아닐 것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전직 당 대표들의 열세 지역 출마와 문 대표의 부산 재출마를 권고한 것을 놓고도 굳이 “당 대표들 다 물러나라고 했다”는 식으로 말한 의도도 궁금하다.

김 대표가 ‘마약 사위’ 논란으로 곤경을 겪는 시점에 마치 때를 맞춘 듯 친박들의 김무성 저격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불가론’ ‘친박 주자론’의 불을 지르더니, 친박의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한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 거부로 어려워졌으니 어떻게 할 건지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새정치연합의 친노(친노무현) 주류가 인적 쇄신안을 통해 내부 권력투쟁의 막을 올린 날, 홍 의원이 김 대표에게 일격을 날린 것이다.

그들에게 이명박 정권 초 실세로 떠올랐다가 날개가 꺾이고 감방까지 갔다 온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한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여당 내 주류가 권력을 잡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실제 이명박 정권 시절 주류였던 친이(친이명박)계는 정운찬 총리와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의 차기 주자 육성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박근혜 전 대표’의 차기 집권 가능성에 불안을 느낀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내 지지 기반도, 국민적 지지도 쌓여 있지 않은 후보를 현재 권력이 인공 부양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는 건 과거사가 입증한다. 정 총리가 이끌었던 세종시 수정안의 좌절과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낙마가 그 증거다.

노무현 정권 시절 친노들도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등을 차기 주자로 모색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라는 여당 자체가 공중분해되고, 이합집산으로 이뤄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결국 노무현 정부를 비판한 ‘과거의 친노’ 정동영에게 돌아갔다.

주류들만 모르는 ‘權不 5년’

김대중(DJ) 정권의 주류였던 동교동계는 물론 DJ가 한때 염두에 뒀던 김중권 전 대표도 후보 경선 무대에 제대로 서 보지도 못한 채 차기 후보 노무현을 지켜봐야만 했다. 김영삼(YS) 정권 시절 주류였던 민주계도 이인제 이수성 이홍구 등 YS의 의중이 실린 후보들을 끊임없이 후보로 띄우려 했지만 대선 후보직은 총리 시절 YS와 충돌했던 이회창에게 가 버렸다.

대통령 단임제 대한민국에서 권세란 길어야 5년이 채 못 된다. 정권 실세 그룹은 자신들이 영원히 주류일 줄 알고 무리수를 두다가 가랑이가 찢어졌다. 알고도 반복하고, 몰라서 반복하는 것이 권력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