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산업부 기자
미래부는 단통법의 최대 성과로 모든 소비자가 차별 없이 똑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꼽고 있다. ‘호갱’이 사라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벤트 시작 나흘째인 24일 오후 현재 댓글이 1130개 달렸다. 댓글은 계속 늘고 있다. 미래부 페이스북의 다른 게시글에 일반적으로 1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공이다. 그런데 미래부의 표정은 밝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이벤트가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댓글이 더 달리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댓글에 단통법에 대해 듣고 싶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만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단통법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것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언론에서도 수차례 지적했다. 하지만 미래부만 눈을 감고 귀를 막은 것 같다. 몇몇 공무원은 인터넷에서 폭발 직전의 불만 여론에 대해서도 ‘일부 소비자가 과격한 언어로 선동하고 있는 것’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단통법 1주년을 맞아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그 증거다. 미래부는 앞서 17일에도 기자설명회를 열고 △가계 통신비 인하 △이용자 차별 해소 △합리적 소비 정착 등 10여 가지 긍정적 변화에 대해 수치를 근거로 대며 단통법이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부가 법 시행 1년을 맞아 성과를 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국민부터 먼저 달래야 한다. 개선된 수치를 앞세워 “이만큼 나아졌으니 믿어라”라는 ‘높은 자세’ 대신에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대안과 보완책 등을 마련하겠다”라는 ‘낮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 미래부는 하늘에 떠 있는 것 같다. 땅으로 내려와 현실에서 부딪쳐야 한다.
김기용 산업부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