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원 가까운 종중(宗中) 재산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자 “밀항하겠다”는 얘기를 남기고 잠적했던 80대 남성이 한가위를 앞두고 쇠고랑을 찼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집안 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모 종중회장 이모 씨(81)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인천 소재 종중 소유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3억3000만 원과 은행에 있던 종중 공금 3억4000만 원 등 6억7000만 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횡령 사실이 들통 나자 종중 총무에게 “미안하다. 밀항할 테니 찾지 마라. 휴대전화도 버렸다. 날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잠적했다. 하지만 이 씨는 실제로 밀항하지 않은 채 수도권 일대 원룸 등을 옮겨 다니며 도피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 지인의 명의를 빌린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었던 이 씨는 5개월에 걸친 경찰의 추적 끝에 결국 경기 부천시에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80대 나이라 거동이 불편할 법도 한데 거주지를 수시로 옮겨 다녀 추적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가로챈 돈은 자신과 자녀의 빚을 갚느라 모두 써버렸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