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 화기애애했던 비공식 만찬
24일 오후 7시 반경(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버뉴 길거리.
2박 3일간의 시애틀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전세기 편으로 워싱턴에 도착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수행원들과 함께 길을 건너고 있었다. 행선지는 시 주석의 숙소이자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식 실무 접촉이 열릴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
이번이 다섯 번째 회담인 두 사람의 모습은 적어도 겉보기에는 오래된 친구 사이처럼 허물없어 보였다. 모두 넥타이를 풀어헤친 노타이 차림이었고,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은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어로 ‘니하오(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만찬에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현 국제사회 질서의 참여자이자 동시에 수혜자”라며 “중국이 현 체제를 개혁하고 개선하는 것은 ‘다른 살림을 차리려는 것은 아니다((령,영)起爐조)’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밝힌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가 다른 체제를 추구하는 게 아니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양국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은 모두 개방, 투명, 포용을 주창하고 있으며 이에 참여한 국가들의 발전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적 굴기는 환영한다”며 “안정되고 번영된 중국은 중국인은 물론이고 미국과 국제사회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이 세계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5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의 가장 큰 방인 ‘이스트룸’에서 열리는 공식 국빈 만찬은 중국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특히 중국의 전통 명절인 중추절(27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국 전통음식인 ‘웨빙(月餠)’을 비롯해 식탁보와 꽃 장식, 메뉴판 색깔까지 중국적 색채를 가미하려 했다.
중국 런민(人民)일보가 공개한 국빈 만찬 메뉴판에 따르면 이날 테이블에 오를 술은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인 사오싱주(紹興酒·소홍주).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도 아베 총리의 고향에서 생산된 사케로 건배를 한 바 있다.
이번 만찬은 커머퍼드 씨와 함께 중국계 미국인 요리사인 애니타 로 씨가 준비했다. 백악관 측은 만찬음식의 테마를 “중국 뉘앙스로 곁들인 미국 요리”라고 설명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만찬장 뒤편에는 초대형 장미가 동서 양쪽에서 시작해 가운데서 하나로 모아지는 모양새를 만드는데, 이는 미중 간의 화합과 협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미중 관계자 수백 명이 참석할 이번 만찬에는 2009년 그래미상을 받은 유명 리듬앤드블루스(R&B) 가수인 니요가 특별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