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학: 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최광진 지음/360쪽·2만 원·미술문화 ‘한국의 미학’ 펴낸 최광진 씨
서구와 동아시아 3국 문화를 ‘비교미학’으로 정리한 최광진 씨는 “흥미로운 읽을거리로 그치지 않을, 비판과 연구가 더해져 폭넓게 확장될 수 있는 깊이를 갖춘 연구서를 내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 땅에서 흔히 언급되는 ‘미학’은 서구나 중국의 개념이다. 그쪽 미의식으로 보면 변방인 한국의 미술은 초라해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한국 미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문헌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쓴 글이 전부나 마찬가지다. 이후 한국 미학의 담론은 야나기가 정리한 한국적 비애미(悲哀美)를 표적 삼은 대안 없는 비판에 그쳤다.”
최 씨는 새로운 담론 제시의 길을 비교문화 연구에서 찾았다. 서구, 중국, 일본의 문화성향과 미학을 먼저 정리한 뒤 한국의 미가 지닌 차이를 드러내려 한 것. 그의 정리에 따르면 서양은 분화(分化), 중국은 동화(同化). 일본은 응축(凝縮)의 문화를 가졌다. 합리주의에 의지해 미와 추를 우열 분류하는 서구, 산재한 이질적 요소를 중앙으로 흡수해 엇비슷한 성향으로 변질시켜 통합하는 중국, 다양성을 서열 체계로 간명하게 정리해 뭉쳐내는 일본 문화에 대한 요약이다. 한국은 어떨까.
고구려 퉁거우 사신총 현무도. 현실 세계 동물의 특징을 유지한 채 접화해 새로운 존재를 만들었다. 미술문화 제공
이런 한국의 접화주의 문화와 미학을 담은 예술작품으로 최 씨는 일본 구라시키 민예관에 소장된 ‘호작도’를 꼽았다. 양반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서민을 상징하는 까치를 우열관계 없이 하나의 화폭에 담아낸 19세기 조선 민화다.
“서로 다른 존재가 다른 그대로 제각기 가치를 품고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땅의 예술에 있었다. 둘의 대치보다는 셋의 어우러짐을 선호하는 성향도 같은 맥락이다. 서구 신화가 신과 인간의 대립을 이야기한 반면 한국의 신화는 천지인의 조화를 추구했다.”
그는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도 경제나 정치가 아닌 우리 미학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미적인 만족감을 잃은 사회는 행복을 잃은 사회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고유한 미학에 대한 감각을 잊었다. 상극으로 보이는 요소를 섞어 절묘한 새 가치를 만드는 것이 우리 문화와 예술이었다. 음식문화에 그 ‘신인묘합(神人妙合)’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미학과 예술이 사회 개혁의 길을 열어낼 시기가 곧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