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나눠 먹는 음식은 한중일이 다르다. 쌀가루를 빚어 솔잎과 함께 찐 한국의 송편은 반달 모양이다. 반면 중국의 월병(月餠)과 일본의 스키미단고(月見だんご)는 보름달처럼 둥근 형태다. 월병을 영어로는 ‘moon cake’라 하는데 서양 케이크의 기원도 달이나 태양처럼 둥글게 만든 고대의 제사 음식이다. 송편은 한자로는 송병(松餠)이라고 한다. 소나무 떡이라는 뜻이니 모양도, 이름도 둥근 달을 연상시키지는 않는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의자왕 때 궁궐에서 파낸 거북이 등에 ‘백제는 만월(滿月)이고 신라는 반월(半月)’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점쟁이는 이를 백제가 기울고 신라는 융성할 것으로 해석했고 신라에서는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가위 뿌리가 신라의 가배(嘉俳)이니 송편의 유래에 수긍이 간다. 다만 조선시대에도 모화(慕華)에 젖어 송편을 중국 월병에 견주지 못하고 중국 단오에 먹는 쭝쯔(종子)에 비겼다니 송편에 담긴 국력의 의미를 곰씹어보게 된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