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비례대표-투표시간 연장… 김무성과 회동서 도입 여지 열어 당내갈등 관심 외부문제로 돌려… 비노 일각 “추후 협상 지켜봐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승부수’가 이어지고 있다. 재신임 정국을 돌파한 데 이어 추석 연휴 기간인 2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안심번호를 통한 국민공천제’에 합의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반발 속에 당 혁신안의 현실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모양새다.
문 대표 측은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겼다”는 분위기다.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명분을 새누리당에 주고 새정치연합이 줄곧 주장했던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과 투표시간 연장 및 투표연령 낮추기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이는 8월 문 대표가 새누리당에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동시 추진’ 제안과 일맥상통한다. 새누리당은 당시 이 같은 문 대표의 ‘빅 딜’ 제안에 대해 “의원 정수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었다.
비노 진영에선 온도차가 감지된다. 비노 진영의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 소속 문병호 의원은 ‘체면 세워주기식 협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문 의원은 “양당 대표가 결과 없이 헤어질 수 없으니까 ‘당신 말도 옳소’ 하고 체면을 세워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심번호제 도입은 원래부터 하기로 했던 것이고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여야 간 생각이 달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호남 초선인 김승남 의원은 “일단 안심번호제를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선거 관련 제도를 정비할지 후속 협상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노 진영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투표시간 연장 등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들어 ‘반쪽 협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비노 진영도 공천 과정에 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민 공천제’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협상 결과를 무조건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서 공천 룰을 둘러싼 친노와 비노의 내부 갈등이 정치개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라는 외부 갈등으로 옮겨지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가 총선 정국으로 옮아가는 과정에서 당 내홍을 비켜 가기 위한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