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는 올 시즌 전반기를 44승 40패(승률 0.524)로 마쳤습니다. 순위는 5위. 반면 후반기에서는 28일까지 21승 34패(승률 0.382)로 최하위입니다.
자연스레 한화 김성근 감독(73·사진)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경력을 보면 김성근식 야구는 적어도 하위권 팀에는 만병통치약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왜 한화에서는 뿌리내리지 못하는 걸까요? 아니, 도대체 김성근식 야구라는 건 뭘까요?
김 감독은 태평양을 이끌던 1989년 안방구장인 인천 숭의구장의 외야 담장 높이를 7m로 올렸습니다. 원래 있던 1.5m 높이의 콘크리트 담장 위로 철망을 쳤습니다. 1996년 쌍방울 감독을 맡았을 때도 전주구장의 담장 높이를 5.8m로 올렸습니다.
이러면 투수들의 홈런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1988년 태평양은 피홈런 최다 2위(78개)였지만 1989년에는 최소 1위(49개)가 됐습니다. 쌍방울도 5년 연속 피홈런 최다 1위였지만 1996년에는 최소 1위(64개) 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물론 그만큼 두 팀 타자들도 홈런을 때리기가 어려워졌지만 김 감독에게는 투수가 먼저였습니다. 실점을 줄이면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득점에 애를 먹는 사이 희생번트 같은 ‘스몰 볼’ 전술로 꼭 필요한 점수를 뽑아 승리를 챙기는 전략이었죠. 그 덕에 두 팀 모두 김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창단 첫 가을 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김 감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상대를 ‘저(低)득점’ 환경에 묶어두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상대 타자에 따라 불펜 투수를 계속 바꾸는 ‘벌떼 야구’가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도 그래서입니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이끌 때도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 3명에게 전체 이닝의 80% 정도를 책임지게 했습니다.
거꾸로 김 감독은 상대를 고(高)득점 환경에 놓아둘 때는 비판에 시달렸습니다. 1991∼1992년 삼성 감독 시절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은 호화 투수진을 갖추고도 2년 연속 평균 실점이 리그 평균 실점보다 많았습니다. 그때도 “마구잡이 투수 기용 스타일을 되돌아보라”는 지적이 김 감독을 따라다녔습니다.
올해 한화도 평균 실점 5.59점으로 상대를 고득점 환경으로 이끌었습니다. 김 감독은 권혁(32), 박정진(39), 송창식(30) 등 수준급 투수들로 돌려 막아 저실점 환경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144경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새 외국인 투수 로저스(30)가 등판 때마다 경기를 거의 통째로 책임져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김 감독이 한화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한화는 경기당 6.95점을 내주던 팀. 올해 평균 실점이 1.36점이나 줄었습니다. 부임 첫 해 이렇게 실점을 많이 줄인 건 김 감독에게도 기록입니다.
‘베이스볼 비키니’는 김 감독의 이전 사례를 통해 올해 한화가 승률 0.460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현재까지 승률은 0.468로 이보다 높습니다. 김 감독은 자기 실력 평균 이상을 해냈습니다. 다만 현재 득점 환경이 야신과 맞지 않을 뿐이고, 그게 갈수록 안 좋은 방향으로 엇박자를 낸 겁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