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추석이 괴로웠던 청년들에게 희망을… 해외서 꿈 키우는 청춘 2題 하노이 누비는 자매
추석 연휴를 맞아 베트남에서 일시 귀국한 현민화(왼쪽) 현주현 씨.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현민화 씨(26·여)는 베트남 하노이의 플라스틱 인형 제조업체 ‘드림플라스틱’에서 2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영업 관리직 사원이지만 제품 주문 접수 처리부터 완제품의 품질 관리까지 맡은 업무가 다양하다. 그래서 매일 오후 10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29일 부산에서 만난 현 씨는 “일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일하는 즐거움으로 향수병을 이겨 낼 정도라고 했다. “올해 저희 팀이 담당한 새 거래처가 놀라운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어요. 회사 창설 후 3년간의 적자를 모두 덮고도 남을 만큼 높은 매출액에 하루하루가 신난답니다.”
GYBM은 1999년 해체된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글로벌 인재를 키워 청년들의 해외 정착을 돕자는 취지로 전 대우그룹 임직원들이 뜻을 모아 2011년부터 시작됐다. 대우세계경영연구소는 올 5월 본보 청년드림센터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 제휴 협약’을 맺기도 했다.
현 씨는 2013년 11월, 꿈에 그리던 취업에 성공했다. 30여 년 전부터 한국에서 봉제 인형 등 완구를 제조하다 1994년 홍콩으로 법인을 옮긴 ‘드림인터내셔널’의 자회사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현 씨는 “열심히 베트남어를 배웠는데도 막상 일하려니 전화받는 것조차 서투를 만큼 형편없었다”며 “언어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함께 일하는 현지인들이 무시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4년 전 생긴 신생 업체라 일감이 모자라고 적자도 지속되던 상황이라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당시 현 씨에게 큰 위로가 된 건 동생 현주현 씨(24·여). 동생 현 씨도 국내 취업이 여의치 않자 GYBM 3기에 지원했다. 3개월간의 국내 합숙을 거쳐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로 건너갔다. 그는 한 의류 업체에서 일하다 올 5월 건설회사로 이직했다. 동생 현 씨는 “언니의 과감한 도전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했다. 언니 현 씨는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부모님의 걱정이 컸는데 동생이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게 되니 안심하는 눈치”라며 “휴일에 함께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며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다”고 했다. 자매는 명절에 맞춰 1년에 두 번씩 한국을 찾고 있다. 이번 추석 때는 6일간 휴가를 받아 경남 김해 고향집을 찾았다.
언니 현 씨는 회사로부터 내년에 대리 승진을 약속받았다. 그는 “처음 해외 근무를 결심할 땐 일과 언어를 배워 얼른 돌아오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요즘은 회사가 성장하는 걸 보면서 일에 푹 빠져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