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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칼럼]‘시진핑 실크로드’의 세계 언론 열병식

입력 | 2015-09-30 03:00:00

시진핑의 야심 찬 국가전략… 일대일로 5개 노선에 한반도 연결해야
중국 주변국에 불어닥칠 건설 금융 물류 관광 해외투자… 한국에 새로운 기회
한중 해저터널 통일 후에도 효용성 있다




황호택 논설주간

중국이 세계의 지도자들을 초청해 9월 3일 4조 원짜리 화려한 열병식을 치른 지 보름 만에 세계 60개국 120여 개 언론사의 대표, 주필 등을 불러 모아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을 개최했다. 5박 6일 동안 모든 체재비용을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부담했다. 언론이 각개 약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처럼 해외 언론을 대거 초청해 국가전략과 관련해 보도지침을 주고 토론하는 포럼을 상상하기 어렵다. 일대일로 포럼은 중국 런민일보사 사장이 중심이 된 세계 언론 열병식 같은 분위기를 냈다.

21세기 신(新)실크로드라고 불리는 일대일로는 시진핑 주석의 야심 찬 국정운영 캐치프레이즈다. 일대는 2000년 전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던 육상 실크로드의 맥을 잇는 경제벨트다. 일로는 600여 년 전 명나라 영락대제 때 환관 정화(鄭和)가 7차례 대원정을 통해 개척한 길을 따라 동남아 인도양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해상 실크로드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철도 항만 도로 발전소 송유관로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일으켜 물자의 과잉공급을 해소하면서 경기를 부양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일대일로로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물류망이 발전하고 교역이 활발해지면 낙후한 중서부지방의 경제도 빠르게 성장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견제를 뚫고 중국 중심의 메가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세계 전략이다. 승전 70주년 열병식은 중국을 둘러싼 미국의 군사동맹(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에 맞서 군사굴기(굴起)를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배제한 채 진행 중인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선 경제블록을 형성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왕자루이 중앙 대외연락부 부장은 일대일로 언론포럼 개막식에서 실크로드의 정신은 “평화적 협력, 상호학습, 개방적 포용, 문명과 번영의 우위”라고 규정하고 “중국이 독주하지 않고 공동으로 논의하고 공동으로 건설해 이익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류윈산 상무위원은 “일대일로 주변국에 중국의 해외투자가 늘어나고 1억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나가 돈을 쓸 것”이라면서 “일대일로는 중국의 세력 확장 전략이 아니라 참여국 모두가 윈윈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일대일로에 소요되는 자금 충당을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고 400억∼500억 달러에 이르는 ‘실크로드 투자기금’을 조성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일대일로와 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포럼에 북한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이 노동신문 등을 초청했겠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해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최근 북-중 관계는 싸늘하다.

북한의 철도는 시설이 낙후해 리노베이션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대일로 자금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북한은 일대일로의 자금을 뒷받침하는 AIIB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AIIB에 가입하려면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라야 하는데 북한은 경제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IMF 가입 자격이 없다.

나는 일대일로 포럼에서 경기개발연구원 등이 연구하고 제안한 한중 해저터널을 소개했다. 경기 화성∼웨이하이(373km) 해저터널 건설에는 약 12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은 건설 기간 10년 동안 양국에서 한 해에 6조 원씩 부담하면 된다. 통일이 되더라도 경의선 철도가 이어지는 단둥은 북동쪽에 치우쳐 한중 해저터널의 효용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회자는 “일대일로 구간에 중한 해저터널 구간이 포함된다면 두 나라에 윈윈이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과거 한반도가 실크로드 문명과 교류한 유적과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중국이 발표한 일대일로 5개 노선에 한반도가 연결돼 있지 않지만 앞으로 포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국가전략을 밀고 나가는 것은 미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중국 중심의 세계 재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경제에 관해서는 양쪽에서 모두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나갈 도리밖에 없다. 한국이 잘만 활용하면 일대일로는 건설, 금융, 물류, 관광, 해외 투자의 유치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베이징에서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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