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는 경제적 인간,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불리는 인간을 가정한다. 경제적 행위의 목적은 효용의 극대화이며, 사회적 관계나 감정적 애착 같은 요소는 오히려 경제적 행위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사회학자들은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한다.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며 사회적 관계는 경제적 행위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달리 마 미국 드렉셀대 경영대 교수는 사회학자들의 주장을 이어받아 사회적 관계가 경제적 행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폈다. 기존 조직에서 비즈니스 중심의 도구적 관계를 발전시켰던 전직 매니저들과 감정적 애착을 중심으로 한 정서적 관계를 발전시켰던 전직 매니저들을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성공적으로 창업 활동을 하는지 연구했다.
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전 직장에서 사회적 관계가 별로 없었던 전직 매니저들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강하게 발전시켰던 이들이 창업에 더 성공적이었다. 같이 실직한 동료들이 서로 도움을 주기도 했고, 직장에 남아 있는 동료로부터 창업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비즈니스 관계로 얽힌 사회적 관계보다는 감정적 애착으로 얽힌 사회적 관계가 창업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정서적 애착으로 연결된 전직 매니저들은 공동 창업을 하거나 서로의 창업 활동에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경향이 있었다.
정서적 관계가 도구적 관계를 압도하면 비리와 비효율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각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사회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동일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