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유커’가 온다]<上>서울 골목 누비는 中 관광객
○ 스마트폰으로 맛집 찾는 3세대 유커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리 씨와 홍콩에 거주하는 쑤 씨는 중국 여행사이트 ‘충유왕(窮游網)’ 게시판을 통해 처음 만난 ‘여행친구’다. 두 사람은 각자 일정에 맞춰 제주 부산 등을 따로 여행했고 23일부터 함께 서울을 둘러보고 있다. 가이드 깃발을 따라다니는 대신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이들 ‘3세대 유커’의 하루 일정을 따라가 봤다.
기자와 함께한 28일에는 오전부터 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을 둘러본 뒤 청계천과 서울N타워를 찾았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손쉽게 길을 찾아갔다. 주요 관광지는 여전히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가득 찼지만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찾아낸 종로의 식당과 카페에는 한국 젊은이들이 주로 찾아 왔다. 리 씨는 이날 종로구 가회동의 한 인테리어가구 전문 매장에서 벽에 거는 옷걸이를 구입할 계획이었지만 추석 연휴로 문을 닫아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뮤지컬 감상. 좋아하는 아이돌이 주연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리 씨는 직접 인터넷을 통해 이날 치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공연을 마친 뒤 둘은 숙소인 홍익대 앞 게스트하우스 인근의 치킨집에서 가볍게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쑤 씨는 “여행사가 정해 놓은 코스대로, 똑같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단체관광은 젊은층에 전혀 매력을 주지 못한다”며 “관광객이지만 현지인들이 놀고 즐기는 장소에서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 관광특수의 새로운 아이콘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트렌드가 단체관광에서 개별여행으로 옮겨가면서 한국을 찾는 유커들의 여행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패키지형 관광에서 한국을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현지 밀착형 여행으로 유커들의 여행 행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덕분에 일대 마트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장한평역 인근 H마트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유커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올해는 작년에 비해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며 “유커들이 선호하는 상품들만 따로 모아 진열대를 만들고 유커들을 응대할 수 있도록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도 5명 채용했다”고 말했다. 이 마트는 SNS를 활용해 중국인들에게 상품 홍보를 하고 중국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 입구 옆 한 한우구이 전문점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유커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행책자 및 SNS를 통해 급속도로 알려지면서 좌석의 절반 이상을 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유커 장메이웨이(張美薇·30·여) 씨는 “인터넷에서도 봤고, 이곳을 찾았던 친구의 소개로 오게 됐다”며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집에 꼭 가는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3세대 유커들은 주로 인터넷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다양한 여행 정보를 수집한다. 특히 중국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이나 한국 여행 정보 사이트 ‘한유왕(韓游網)’, ‘한차오왕(韓巢網)’ 등에는 한국을 다녀간 개별여행자들의 여행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중국인 유학생 기자단을 구성해 SNS에 한국 여행 관련 정보를 수시로 올리고 있다. 특히 공사가 운영하는 ‘한유왕’이나 중국의 ‘웨이보’ ‘위챗’ 등 SNS 계정을 통해서도 개별적으로 가보기 좋은 한국 여행정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개별여행객들의 방문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서울이나 제주 등 주요 관광 도시에 국한돼 있다. 문체부가 지난해 유커의 방문 지역을 조사한 결과 서울권(77.8%)과 제주권(34.2%)에 집중돼 있었다. 유커의 지방 방문이 부진한 이유로는 언어 문제, 대중교통 및 안전 인프라 부족 등을 꼽았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중국인의 개별 방문이 지방으로 확대되도록 인프라를 늘리는 중이다. 더 좋은 관광코스나 테마여행을 발굴해 많은 중국인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오혁 hyuk@donga.com·곽정아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