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눈속임’ 국내시장 파장
썰렁한 폴크스바겐 전시장 30일 찾은 서울 강남 일대의 한 폴크스바겐 전시장 모습. 전시장에서 만난 한 딜러는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휘말린 모델은 유로5 모델로 현재 판매 중인 모델과는 상관이 없다”며 썰렁한 반응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출고일 앞두고 계약 취소도”
기자임을 밝히고 딜러와 대화를 시도했다. 딜러들은 처음에는 “위에서 함구령이 내려졌다”며 대화를 피했다. 하지만 이내 한 딜러가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휘말린 모델은 2009년부터 2015년 사이에 나온 유로5 모델이지만 지금 전시장에 있는 모델은 모두 2016년형 모델이어서 그것과는 상관이 없다”며 “독일 본사가 잘못한 것인데 한국법인은 물론이고 딜러사에까지 피해가 미치고 있어 억울하다”고 말했다.
수입차들이 많이 모이는 강남 중고차시장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SK엔카 서초직영점 김대웅 대리는 “당장 실제 판매량에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관련한 문의가 계속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대리는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가격과 연료소비효율만 물었지만 이제는 매연 저감장치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있다”며 “매각 문의도 평소보다 약간 늘었다”고 말했다.
○ 폴크스바겐, 사상 최대 리콜할 듯
폴크스바겐은 곧 해당 차량에 대해 리콜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 등은 폴크스바겐이 개별 자동차회사 리콜로 사상 최대인 1100만 대 규모의 리콜을 전 세계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BS는 “리콜 비용으로 200억 달러(약 23조6000억 원)가 필요하다”며 “각종 소송비, 미 환경보호국(EPA)에 납부할 벌금, 증발한 시가총액 등을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또 리콜 수리를 받으면 차량의 배출가스는 기준치를 넘지 않지만 연비와 출력이 기존보다 떨어지므로 차량 소유자들이 리콜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출가스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문제여서 리콜이 이뤄져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 차주가 리콜에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측은 배출가스 눈속임 장치가 부착된 차량이 수리를 받으면 주행성능 및 연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어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박은서 기자 /파리=전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