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프리미엄 리포트]‘직장인 피로’ 위험수위… 주요 24개국 유급휴가 비교해보니

입력 | 2015-10-01 03:00:00

휴가사용 꼴찌… 한국인 年평균 15일중 7일 써
여름에 우르르… 원할때 쉴수있게 문화 바꿔야




“한국인은 미쳤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법인장을 10년간 맡았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낸 책 제목이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한국의 기업문화를 경험한 프랑스인 에리크 쉬르데주 씨는 이 시간을 ‘기상천외한 경험’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루 10∼14시간을 근무하는 사람들, 회사에 대한 맹목적 헌신은 이방인에게 매우 낯선 경험이었다.

특히 그는 “한국인들의 존재 이유는 회사와 일에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특히 임원들이 토요일에도 출근할 뿐 아니라 일요일에는 골프장에 모여 시장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거나 과로로 쓰러진 동료가 수술한 의사에게 “언제부터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느냐”고 다그치는 모습 등을 안타까워했다.

중장년층의 이런 모습에 대한 반발로 젊은 사원들은 ‘나’를 위한 휴식을 꿈꾼다. 아버지 세대처럼 죽어라 일만 하기 싫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맘 편한 휴가’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온라인 여행사이트 익스피디아가 2013년 24개국의 직장인 78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들이 연간 사용하는 유급휴가 일수는 7일에 불과했다. 전 세계 주요 24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연간 평균 유급휴가 일수(15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위권인 태국과 말레이시아, 일본조차도 연간 사용 유급휴가가 10일로 한국보다 많았다.

여름에 우르르 가야 하는 획일적인 휴가문화도 문제다. 성수기에 가장 비싼 값을 치르고도 휴가 인파에 치여 허겁지겁 제대로 쉬지 못한다. 주말을 붙여 써도 최대 7일이기 때문에 멀리 떠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를 위해 휴가를 미루거나 한 철에 몰아 쓰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과거 고도성장기 때 관습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쉴 땐 쉬게 하고 그 대신 정해진 근무시간에 최대한의 효율을 달성하자는 새로운 시간활용 전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