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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문턱 낮아진 영재교육원… 수능 방불케 하는 과열 예고

입력 | 2015-10-01 03:00:00

서울지역 영재교육원 입시 8일 시작




8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올해 서울지역 영재교육원 전형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들이 지원 기준을 낮추면서 지원자가 몰릴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최근 열린 서울시교육청의 영재교육 설명회는 신청자 폭주로 3차례나 더 열린다. 동아일보DB

8일부터 시작하는 올해 서울지역 영재교육원 입시(초등 2∼중 3 대상)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방불케 하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목고, 명문대 진학코스로 여겨지는 영재교육원 지원 문턱이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지역의 영재교육원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각 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과 과학전시관 영재교육원 등에서 6000여 명을 모집하고 서울대와 서울교대 등 대학부설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을 합친 총 정원이 1만8700명 정도다. 이는 서울지역 초중고생 대비 약 1.8% 남짓이다.

서울지역은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추천 인원 제한을 폐지했다. 지난해까지는 3학급당 1명꼴로 지원을 제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별로 지원자 선발을 위해 따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등 업무부담이 큰 데다 학생 학부모들의 공정성 문제 제기도 많았다”며 “추천 인원 제한 폐지로 희망자는 전부 지원할 수 있게 했지만 이에 따라 경쟁률도 전보다 훨씬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교사가 주관적으로 작성하던 추천서도 학생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문항을 만든 뒤 수준에 해당하는 단계에 표시를 하는 방식(매우 아니다∼매우 그렇다)으로 변경했다. 기존의 교사 추천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열된 영재교육원 입시로 인해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는 촌지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한 학부모가 자녀의 수학영재 선발을 위해 담임교사에게 100여만 원을 줬다가 떨어지자 이를 폭로한 것이다.

지원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현장에서는 학부모 학생들의 관심이 폭증하는 상태다. 9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의 영재교육 설명회는 당초 1000명 선착순 신청이었으나 접수 하루 만에 마감됐다. 신청조차 못한 학부모의 항의가 잇따르자 시교육청은 2일 같은 장소에서 3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어나 영재교육종합데이터베이스(GED)를 관리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은 서울지역 영재교육원 전형기간 동안 상담인력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원자격을 넓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에 따라 “영재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만 유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은 지난해까지는 학교별로 추천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필고사를 봤다. 하지만 올해부터 학교별 추천이 사라지면서 지필고사가 1차 관문이 된 것. 이 때문에 이른바 영재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또 일부 대학부설 영재교육연수원에서는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경시대회 성적표를 받지 않기로 했으나,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대 부설 영재교육원은 올해부터 외부 경시대회 성적표를 받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서는 경시대회 수상실적 기입을 막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또 이를 증빙하는 서류는 합격 이후에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녀의 영재교육원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의 한 학부모는 “대부분 학부모들은 영재교육원 전형방식이 바뀐 탓에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미리 영재 사교육을 시킨 학부모들은 서울교대의 이런 방침까지 알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사교육을 억제한다는 조치가 오히려 더 고액 컨설팅을 찾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교재연구소의 진현주 부소장은 “현재의 영재교육원 전형방식은 사교육을 통해 문제유형을 많이 풀어본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