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이 創農의 해법]<1>성공사례 살펴보니
전남 나주시 문평면의 명하쪽빛마을에 체험 온 어린이들이 천연염색으로 수놓은 천을 붙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위 사진). 염색장 한 명을 주축으로 체험마을을 시작한 이 마을은 2일부터 사흘간 자체적인 축제를 열 정도로 천연염색과 관련된 대표적인 곳으로 성장했다. 아래 사진은 문경 오미자밸리 영농조합을 찾은 관광객들이 오미자 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농작물 생산만으로는 귀농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농업 생산(1차 산업)을 하면서, 이를 토대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조업(2차 산업)과 관광 등의 서비스업(3차 산업)을 결합하는 ‘6차 산업’이 창농귀농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시리즈 기사를 통해 농촌에서 6차 산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와 노하우를 소개한다. 》
도시민이 은퇴 후 귀농해 도시에서의 소득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 각 기관이 내놓는 통계 자료를 보면 비관적이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중소 농가(경작 면적 0.5∼1ha)의 연간 소득은 평균 2800만 원 수준이다. 이 정도 면적의 농지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귀농인 역시 농업 하나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 ‘체험관광 활성화→공장 증설’ 선순환 이룬 문경 오미자밸리
경북 문경은 깊은 산자락에 위치해 산간마을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용작물인 오미자로 유명한 고장이 됐다. 이는 오미자를 문경 특산물로 정착시키고 관광객을 유치한 문경 오미자밸리 영농조합의 역할이 컸다.
박종락 오미자밸리 영농조합 대표는 2006년 고향인 문경으로 돌아갔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미자 체험촌을 지은 것. 문경에서 잘 자라는 오미자를 관광 상품화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뜻밖에 2008년 한 해에만 2만5000명의 방문객이 찾아 오미자 수확과 오미자 담그기, 송어잡기 등을 체험했다. 관광객들은 “오미자 상품을 만들라”는 요구를 해 왔고, 2009년 860m² 규모의 공장을 설립했다. 통상 제조공장 설립 이후 관광객 유치를 하는 것과 반대의 순서로 마을 부흥을 이룬 것이다.
현재 오미자밸리는 문경 지역 4만8000여 농가에서 연간 80t의 원료를 공급받고 있다. 이는 문경 전체 오미자 생산량의 25%가 넘는 수치다. 가공 공장에서는 오미자청과 양념소스, 식초, 차, 과즙음료 등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요구로 설립한 공장이지만, 전체 판매량의 77%를 백화점이나 홈쇼핑 등의 유통 채널을 통해 팔고 있다. 오미자체험촌 역시 수영장과 바비큐장 등을 갖춰 연간 2000∼3000여 명이 가족 여행지로 찾고 있다. 오미자 생산과 제품 제조, 관광객 유치 등을 더한 연 매출액은 11억 원 정도다.
○ 염색 무형문화재 한 명이 바꾼 명하햇골
전남 나주시 문평면의 명하쪽빛마을은 무형문화재 한 명을 주축으로 40가구로 구성된 마을 전체가 ‘6차산업 단지’로 바뀐 경우다.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윤병운 염색장은 이 마을에서 4대째 천연염색을 해 왔다. 이곳에 천연염색을 체험하러 오는 사람이 늘면서 식사와 숙박을 원하는 고객도 생겼다. 이들을 위해 마을 자체가 명하햇골이라는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최경자 명하햇골 대표는 “마을 전체가 1차산업으로 천연염색의 재료인 쪽을 심고, 이를 염료로 가공한 뒤 도시민들에게 체험과 교육을 해주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어떤 마을이든 자신들만이 가진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하햇골은 단순 염색체험 마을을 넘어 대표적인 농촌 체험마을로 발돋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마을 노인들에게 전래놀이 지도사 자격증을 따도록 해 오래된 농기구와 생활용품을 소재로 ‘스토리텔링’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최 대표 스스로도 숲 해설사 자격증을 따 명하햇골을 찾는 사람들이 숲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하햇골은 최근 3년 정도 자체적으로 ‘명하쪽빛마을 쪽 축제’를 연 데 이어 올해부터는 농식품부 지원을 받아 2∼4일 마을축제를 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 체험마을이 자체 축제까지 여는 정도로 역량이 성숙된 사례”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향후 농촌 및 창농귀농 발전방향을 6차산업 활성화로 보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던 6차산업 사업체에 인증제를 도입해 전국 342곳을 인증 사업체로 선정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6차산업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창업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한편 농업기술센터에서 창업교육을 진행한다. 또 6차산업에 나서는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총 1000억 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정부는 특히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다양한 농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직거래 장터인 ‘로컬푸드 직매장’을 지난해 전국 62곳으로 늘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함께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전국 곳곳의 농촌 마을을 방문할 수 있는 9개 기차여행 코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농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점도 88곳을 선정해 홍보에 나선 상태다.
농식품부 측은 “6차산업 사업체 수가 연간 8%씩 늘어나고 있다”며 “기존 농촌 공동체는 물론이고 창농귀농에 나선 사람들이 만드는 6차산업 사업체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