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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각자도생 정치권, 지역구 숫자는 선거구획정위에 맡겨라

입력 | 2015-10-02 00:00:00


반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가 국가를 혁신하고 경제 재도약의 토대를 쌓을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큰 선거가 없는 2015년이야말로 정치권이 표 계산 없이 정치개혁과 공공 노동 금융 교육개혁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성과는 없고 황금 같은 시간은 거의 다 까먹었다. 벌써 내년 총선에 정신이 팔린 정치권을 보면 남은 기간도 기대 난망이다.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야당이야 그렇다 쳐도 청와대와 여당마저 ‘공천 룰 싸움’에 휘청거리는 건 실망스럽다. 모두 제 살 궁리만 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정국이다.

더 한심한 것은 정치권이 자기네 일인 총선 룰도 못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바꿔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내년 총선을 치르려면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하다.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오늘까지 여야가 선거구 수를 몇 개로 할지 정해주지 않으면 현행 246석보다 다소 적거나 많은 244∼249석 중에서 임의로 단일안을 정해 선거구 조정 작업을 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그런데도 어제 여당의 지도부 회담 제의를 야당은 무슨 배짱인지 거부했다. 농어촌과 지방의 여야 의원들은 농어촌 지역구 사수를 위한 농성에 돌입했다.

헌재의 결정에 맞춰 선거구를 조정한다면 도시 지역은 10개가 늘고 농어촌 지역은 10개가 줄게 된다. 농어촌 선거구의 통합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취약한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지금보다 지역구 수를 늘리고 대신 비례대표 수를 줄여 해결하자고 주장하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비례대표 감축은 절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으면서 농어촌 지역과 비례대표를 모두 지킬 묘책은 없다.

선거구획정위가 선거구 조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할 법정 시한이 이달 13일이다. 여야는 이를 토대로 11월 13일까지 조정안을 최종 확정해야 한다. 정치권이 각자 이해타산을 따지고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피느라 지역구 숫자를 타협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선거구획정위에 모두 맡기고 그 결정에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