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유커’가 온다]<下>뛰는 中관광객, 기는 서비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남산 주변의 한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윤지영 경장(오른쪽)이 본보 권오혁 기자에게 구조변경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주차장에 나무 울타리를 설치해 공용 테라스로 쓰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남산의 한 게스트하우스. 지하주차장에 테이블과 조리시설을 갖추고 식당으로 쓰다가 경찰에 적발된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이렇게 억지를 부렸다. 단속 나온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윤지영 경장(31)이 “허가된 공간에 공용주방을 만드는 건 전혀 문제가 없지만 신고도 안 한 공간에서 조리하다가 불이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지적하자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곧바로 잘못을 시인했다.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지하주차장에는 테이블 조리시설이 갖춰져 있다. 바닥에 주차면을 표시한 흰색 선까지 그려져 있지만 버젓이 식당 및 주방으로 쓰이고 있다. 채널A 제공
게스트하우스가 밀집한 서울 명동, 남산 일대에서 이뤄진 이날 단속에서 4곳의 게스트하우스가 적발됐다. 한 곳은 주차장을 개조해 객실을 만들었고, 두 곳은 테이블과 조리시설을 설치해 주차장을 공용주방으로 사용했다. 한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차를 몰고 오는 것도 아닌데 남는 공간을 활용하는 게 무엇이 문제냐”며 항변했다.
이 가운데 한 게스트하우스는 처음 1층 객실 5개만 신고하고 영업하다 2층에 5개를 추가했지만 1년간 신고하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 이곳은 지하주차장까지 공용주방으로 쓰고 있었지만 안내데스크에는 ‘외국관광객을 맞이하기에 적합한 기준을 갖춘 코리아스테이 게스트하우스임을 인증합니다’라고 적힌 한국관광공사 인증서까지 놓여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A 씨(45)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간판조차 달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많다”며 “일부 양심불량 업체들 때문에 제대로 된 게스트하우스의 이미지까지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 김휴영 팀장(43)은 “지속적으로 불법 게스트하우스를 단속하지만 업주들의 ‘꼼수 영업’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관광객이 이런 불법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다 사고가 날 경우 보상을 받기도 어렵기 때문에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올해 1∼8월 무등록 게스트하우스 적발 건수는 304건에 달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광불편 신고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불편 신고 현황 분석 결과 중국인들의 불편 접수는 2012년 406건, 2013년 528건, 2014년 602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유로운 여행을 선호하는 ‘3세대 유커’들의 지속적인 유치를 위해 숙소 및 교통수단 등 관광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태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개별 여행자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고 뚜렷한 방문 목적을 갖고 재방문하는 성향을 보인다”며 “이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유커’들이 자주 찾는 면세점 백화점 등 쇼핑 환경은 물론이고 숙소 교통 등 관광 인프라가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권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교수는 “중국인 개별 여행객을 추적 조사해 그들의 행동 유형과 관심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들이 선호하는 주요 방문지를 선정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관리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곽정아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