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現 고1부터 9등급 절대평가… 90점 이상이면 1등급
지난해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예고한 이후 학생들의 관심은 등급을 몇 개로 나누느냐, 그리고 등급 구분 점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쏠렸다. 교육부는 4, 5, 9등급을 후보군으로 놓고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절대평가의 안정적인 정착과 기존 수능 체계와의 조화를 위해 9등급을 선택했다.
영어의 등급 간 점수 격차는 10점씩(9등급만 20점)으로, 90점만 넘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상대평가는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제공되지만 절대평가는 등급만 표기된다. 교육부는 “2018학년도 수능 영어도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은 누구나 풀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하겠다”며 쉬운 수능을 예고했다.
기존의 상대평가 방식에서 1등급은 상위 4%이고, 2등급은 11%, 3등급은 23%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난도가 현행처럼 유지될 경우 기존에 3등급이었던 학생도 절대평가 방식으로는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9월 모의고사 수준으로 출제될 경우 1등급 인원은 13만 명이 넘게 돼 수도권 4년제 대학 전체 선발인원(13만5038명)에 육박하는 수준이어서 변별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낮아진 변별력 때문에 대학들이 입시에서 영어의 반영 비율을 줄이거나 수능 영어를 대체할 평가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시에서 수능은 최저 학력 기준으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정시에서는 영어 반영 비율을 줄이고 수학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별도의 영어 시험이나 영어 특기자 전형 부활, 영어 심층면접 등으로 수능 영어를 대체할 평가 도구를 찾으려는 대학과 이를 막으려는 교육 당국 간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교육부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영어 이외의 다른 과목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실적으로 영어 사교육은 유·초등 단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영어 사교육은 중학교 때까지 집중적으로 시키고, 고등학교 때에는 수학 등 다른 과목 사교육을 늘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희균 foryou@donga.com·유덕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