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환승센터 지하벙커 첫 공개

1일 공개된 서울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내 귀빈실(위 사진)과 내부 전경(아래 사진). 197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벙커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경호용 비밀시설로 보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7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가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2005년 버스환승센터 공사 과정에서 처음 존재가 확인된 지 10년 만이다. 여의도 벙커의 면적은 793m²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벙커를 만들었는지가 불분명하다. 서울시 어디에도 벙커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벙커 위치가 1977년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하는 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호용 비밀시설로 추정된다.
10년 전 벙커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이곳을 버스 환승객 편의시설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하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고 지금까지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된 채 폐쇄됐다. 2013년 벙커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실질적인 관리나 활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선 10일부터 내달 1일까지 토·일요일에 한해 시범적으로 공개된다. 23일 오후 6시까지 지하 비밀벙커 홈페이지(safe.seoul.go.kr)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는다. 현재 벙커에는 벙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물이 설치됐다. 벙커의 두께를 가늠할 수 있는 50cm 크기의 중심부 단면 조각과 발견 당시 사진도 볼 수 있다. 서울시는 환승센터 2번 승강장에 있는 출입구 1곳 외에도 국제금융센터 앞 보도의 출입구 1개를 추가로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벙커 관련 자료나 기록을 찾기 위해 시민들의 제보와 아이디어도 받는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벙커 활용 계획을 마련한 뒤 2016년 10월 전면 개방할 방침이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 공간이지만 오랜 기간 사용되지 않아 잊혀진 곳이기도 하다”며 “역사적 특징을 보존하면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