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정성희]강남역 ‘세금보조 택시’

입력 | 2015-10-03 03:00:00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만끽하는 데는 서울 강남역이나 홍익대 입구만 한 곳이 없다. 넥타이를 풀어헤친 직장인들, ‘신상’으로 무장한 멋쟁이 여성들, 이 순간만큼은 취업 시름을 잊은 대학생들, 영화관을 찾은 데이트족까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러나 즐거움은 딱 여기까지. 귀가전쟁이 ‘불금’의 흥겨움을 단박에 깨버린다. 특히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가 금요일 강남역에서 승객을 태우는 택시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오후 11시∼오전 2시 강남역 일대 해피존(택시 전용 승차장)에서 고객을 태우면 건당 3000원씩 준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8일 서울시가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사업에 예산을 쓸 수 있게 하는 택시기본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이달 말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소요 예산은 강남역에서만 매년 1억8700만 원 정도다.

▷강남역 택시 승차 거부는 악명 높다. ‘빈 차’ 사인을 켜놓고 승객을 골라 태우고, 같은 방향끼리 합승을 노골적으로 강요한다. 지난달 서울시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승차 거부로 적발된 서울 택시는 4만5750건인데 장소는 홍익대 입구, 강남역, 종로 순이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승차 거부로 처음 적발되면 과태료 20만 원, 2번째는 자격정지 30일과 과태료 40만 원, 3번째는 ‘삼진아웃’으로 자격 취소에 과태료 60만 원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서울시가 승차 거부 택시를 단속해 처벌하기는커녕 세금으로 지원한다니 어이가 없다.

▷서울시는 한때 금요일 밤 12시 이후 강남역에서 택시 합승을 허용하는 방안도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성범죄를 막기 위해 동성끼리만 합승을 허용한다는 방안이 실효성도 없고 여론의 반발도 심해 접었다. 심야 택시 승차난은 수요와 공급이 한시적으로 맞지 않아 생기는 문제지 혈세로 3000원씩 주는 ‘꼼수’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세금은 이런 데 쓰라고 내는 게 아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