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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SNS의 숨은 자랑 찾기

입력 | 2015-10-03 03:00:00


‘일은 시어머니께서 다 하셨는데 몸살은 제가 났어요. 친정에 와서 누워 있어요.’ 추석 시즌의 영향인지, 여성들이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명절 후일담이 많았다. SNS 심리를 연구하는 여성과 함께 몇몇 글과 사진을 살펴보았다.

‘설거지 좀 했다고 손까지 띵띵 부었어요.’ SNS의 손 사진을 보자, 그녀는 ‘Humblebrag’라고 했다. 신조어란다. humble은 ‘겸손한’, brag는 ‘자랑’을 뜻하는 단어다. 말 그대로 은근한 자랑.

그제야 부었다는 손가락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의 PPL(제품 간접광고) 격이다.

다른 누군가의 SNS에는 소파 사진이 있다. ‘기분도 바꿀 겸 새 소파를 들여놨어요.’ 그런데 댓글에는 웬 까닭인지 가방 얘기뿐이다. 자세히 보니 소파 끝에 가방이 놓여 있다. 본인도 수줍게 인정했다. ‘명절에 고생했다고 남편이 사줬네요.’

일상을 기록하고 나중에 추억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다른 이의 관심과 인정을 통한 만족을 찾으려는 욕구가 SNS에 자꾸 접속하게 만든다. 남자는 과시욕이다. 한정판 프라모델이나 자동차, 월척 사진처럼 자기 능력을 내세운다. 이에 비해 기혼 여성은 남편의 능력을 내세우며 자랑거리를 감춰 ‘숨은그림찾기’ 게임을 연출한다.

‘부러워요’의 끝판왕에 오를 만한 SNS도 볼 수 있었다. 남편 및 시아버지와 오간 메시지 내용을 찍어 올린 사진이었다. “명절 지내느라 힘들었던 것 다 안다”며 시아버지는 통장에 금일봉을 송금했고, 남편은 외국 유명 휴양지로 휴가를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SNS 심리를 연구하는 여성은 “때로는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신데렐라 드라마에처럼 끌리게 된다”며 “하지만 가까운 사람의 SNS에는 나만 루저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끝판왕 사진에 묘한 뉘앙스의 댓글을 달아놓았다. 그 누군가의 SNS로 이동하자 오래전 여성들의 단체사진이 올라 있다. 맨 왼쪽 여자가 끝판왕 주인공이란다. 그런데 동일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외모다.

끝판왕의 사연에 부럽다고 했던 이들이 여기까지 몰려와 댓글을 달아놓았다. ‘헐! 대박!’ 억지 SNS에는 양면성이 있다. 부럽다는 반응에 기분이 좋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보는 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어 안 좋은 감정을 품게 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자랑거리를 SNS에 은근슬쩍 올리는 데는 자기 보호 심리가 작용한다. 어설픈 자랑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랑의 수위’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마치 남편들이 아내 비위를 맞추기 힘든 것과 같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