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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표성 해법 어려워”… 농어촌 의원 눈치본 획정委

입력 | 2015-10-03 03:00:00

[지역구 의석수 결정 연기]




농어촌의원 압박… 씁쓸한 획정위원장 농어촌 지방주권 지키기 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농어촌 지역구 축소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내년 총선 지역구 의석수를 확정짓지 못한 채 산회했다. 선거구획정위원장인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이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선관위 관악청사를 나서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2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 총선 지역구 수를 논의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반드시 단일안에 합의할 것’이라고 했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되고 말았다. 여야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무언의 발표 연기 압박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구획정위는 7시간 40여 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마친 뒤 “지난 회의에서 제시했던 지역구 수 범위인 244∼249곳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기준을 준수하는 동시에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지역구 통폐합 위기에 처한 농어촌 의원들이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며 지역 대표성 확보를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획정위는 다음 전체회의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획정안의 국회 법정 제출시한(10월 13일)을 불과 11일 앞둔 상황인데도 지역구 의석수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선거구 획정작업 전반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은 회의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미안하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획정위원들은 지역 대표성 확보와 비례대표 의석수 유지 여부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도권 의석과 농어촌 지역 의석수 배분 규모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한다.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도권 의석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

앞서 여야 농어촌 의원들은 이날 선거구획정위를 강하게 압박했다. 새누리당 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획정위의 지역구 의석수 결정 연기를 요구했다. 농어촌 출신 의원들은 전날부터 국회에서 농어촌 선거구 축소에 반대하며 ‘농어촌 특별선거구’ 설치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도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제안한 뒤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 조 수석부대표는 “(농어촌)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안 된다.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역구를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 수석부대표는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에는 100% 동의하지만 비례대표 축소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야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 징계(제명)안과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장택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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