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몽골소녀 체체크/김향이 글·백대승 그림/176쪽·9500원·웅진주니어
몽골소녀 체체크의 성장기입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취하려는 욕심이 있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쌍둥이 오빠에게만 집중된 엄마의 기대가 섭섭합니다. 엄마는 오빠를 도시에 유학 보내려 합니다. 공부는 체체크가 더 잘하는데 말이죠. 유목민 아이면 누구나 갖게 되는 자신의 말도 지난겨울 혹한기에 잃어버렸습니다. 오빠의 말도 같이 잃었는데, 아빠는 오빠에게만 말을 사주려 합니다. 몽골 말로 꽃이란 의미인 자신의 이름도 싫어집니다. 꽃이라니요, 이렇게 나약하기 그지없는 이름이 있을까요.
체체크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골짜기에서 상처 입은 야생마를 구했습니다. 잘 길들이면 자신의 말이 생기는 겁니다. 거기다 두 달 뒤 장학금이 걸린 말타기 대회가 열립니다. 욕심이 생깁니다. 도전!
책을 읽다 보면 체체크가 말을 타고 달리는 몽골의 드넓은 초원이 느껴집니다. 몽골식 집인 게르와 양 떼를 옮기는 봄날의 이사 광경도 신기합니다. 우리와 다른 넓이를 장악하는 삶이 새롭습니다.
요즘 우리 동화의 배경과 대상이 집, 학교, 학원, 친구, 엄마, 선생님에게만 집중돼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해도 문학에서조차 아이들에게 허락된 공간이 ‘자신의 방과 책상 위’ 정도인 것은 슬픕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안으로 위축되고 우울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그려냅니다.
몽골의 넓디넓은 초원의 시원한 바람과 체체크의 건강한 숨결이 우울함과 기괴함을 비웃는 듯합니다. 작가가 두 차례 몽골을 방문한 후 이 글을 썼다는 후기를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동화작가들, 책상을 박차고 밖으로 나오시길. 시원하고 건강한 글을 위해.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