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 산업부 차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연료의 연소가 이뤄지는 내연기관은 필연적으로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한다. 질소와 산소의 화합물인 NOx라는 놈은 폐렴 등을 유발하며 감기도 더 잘 걸리게 하는 독성물질이다.
그런데 경유차는 고온 연소 방식이라 휘발유차보다 질소산화물을 더 많이 내뿜는다. 질소와 산소는 저온보다 고온에서 더 잘 결합하기 때문이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탄소도 많다. 결정적으로 경유차는 미세먼지(PM)의 주범이다. 경유는 연료 특성상 휘발유차나 액화석유가스(LPG)차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미세먼지가 연소 과정에서 배출된다. 미세먼지에는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미세먼지 오염의 대부분은 경유차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디젤엔진은 태생적으로 친환경과 성능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 힘이 좋고 연비가 뛰어나 트럭, 버스와 같은 대형차량에 적합한 엔진이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유해한 배기가스가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달았다. 한번 연소된 배기가스 일부분을 연소실로 다시 보내면 온도가 낮아지니 배출물질 생성이 줄어드는 원리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장치를 달면 연비와 출력이 떨어진다. 연비와 출력은 소비자들이 차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법으로 폴크스바겐은 ‘눈속임’을 선택했다. EGR에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인증 시에는 정상 작동해 배기가스를 줄이고 실제 도로를 주행할 때에는 ‘OFF’ 상태가 돼 높은 연비와 출력이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EGR가 켜질 때와 꺼질 때 배기가스 양이 40배 차이가 났다니 폴크스바겐 차량은 ‘배기가스 내뿜는 하마’였던 셈이다.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승용차 검사를 맡고 있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의 엄명도 연구관은 이번 배기가스 조작 사건을 두고 “자동차 개발에는 최소 5년 이상이 걸리는데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가 3, 4년 주기로 강화되니 폴크스바겐이 조바심이 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을 더 높게 유지하는 것도 소비자들이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경유 차량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디젤차 비중은 3% 안팎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승용차 141만 대 가운데 디젤차 비중이 51만 대로 36%에 달한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85% 수준에 그치는 데다 성능 좋은 독일 디젤차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팔린 수입차 19만 대 중 디젤차가 13만 대(68%)였다. 수입차를 산 고객 10명 중 7명이 디젤차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클린 디젤차가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된 것도 아이러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2조에는 클린 디젤차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와 함께 버젓이 친환경차로 들어가 있다. 또 환경부는 실제 도로 주행 결과를 반영한 경유차 배출가스 인증 기준을 2년 뒤인 2017년 9월에나 도입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이 갈수록 심해지는 게 ‘환경 불감증’ 정부 당국과 무책임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합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