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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주먹구구 행정에… ‘LNG발전소’ 적자의 늪

입력 | 2015-10-05 03:00:00


김재영·경제부

“발등의 불 껐다고 나 몰라라 하면 앞으로 누가 정부를 믿고 투자하겠습니까.”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들이 잇달아 적자를 내면서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공급과잉 여파로 수익은커녕 손실만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2011년 9월 대규모 전력부족 사태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민간사업자들에게 LNG발전소를 많이 짓도록 독려했다. LNG발전소는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보다 건설 기간이 짧은 데다 전력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지을 수 있어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민원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2013년에만 13개의 민간 LNG발전소가 문을 열어 전력수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력수요가 정부 예측만큼 늘지 않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2년 64%였던 LNG발전소 가동률은 올해 상반기(1∼6월) 평균 43%까지 떨어졌다. 한국전력이 LNG발전소들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SMP)은 2012년 kWh당 160원에서 올해 8월 87원대로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LNG 복합발전 사업자들은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다. 생산한 전력을 팔면 팔수록 적자를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포천복합화력발전소는 최신 설비로 효율성이 높은 발전소임에도 불구하고 2분기(4∼6월) 5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민간 발전업계는 발전소 설비투자 지원금인 용량요금(CP)을 인상해 달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다. 또 연료가 싼 발전기부터 가동하는 현재 방식에서 원전 석탄 LNG 등 전원(電源)별로 적정 발전량을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관심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LNG발전은 원래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 수요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재 가동률은 정상 수치”라며 “민간 발전사들이 과거에 돈을 많이 벌 때도 있었는데 지금 적자를 본다고 지원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가 남아도는 지금 당장은 LNG발전이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LNG발전업계가 성장, 발전해야 한다. 고사 위기의 LNG발전을 외면하다가 몇 년 뒤 다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무슨 염치로 민간에 손을 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재영·경제부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