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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연수]한국에서 총기 소유가 허용되면?

입력 | 2015-10-05 03:00:00


미국이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으로 슬픔에 빠졌다. 1일 미국 서부 오리건 주의 한 대학에서 총격범이 기독교인만 골라 총격을 가해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범인도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기사건과 관련한 나의 기자회견이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며 총기 규제 강화를 다시 촉구했다. 그러나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정신질환의 문제”라며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해 이번에도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는 2년 전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를 강화하고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테러로 숨진 미국인은 313명인데 총기사고로 숨진 사람은 31만6545명이나 됐다. 1일 하루에도 엄마 품에 안겨 차를 타던 아기가 난데없는 총알에 맞아 숨진 것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알려진 총격사건만 13건이 발생했다.

▷영국 호주 캐나다 스위스 핀란드를 비롯한 35개국에서 총기 소유를 허용한다. 그러나 미국만큼 사고가 잦은 나라는 드물다. 미국은 인구 100명당 총기 수가 89정으로 세계 1위다. 식민지에서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다 보니 자위 차원에서 총기 소유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가 표현의 자유, 2조가 무기 소유 보장에 관한 조항일 정도다. 그러나 영국 호주 스위스는 1990년∼2000년대 초반 총기난사 사건을 겪은 뒤 규제를 강화해 총기사고가 크게 줄었다.

▷지난 주말 부산에선 20대 남자가 실내사격장의 권총과 총알을 탈취해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우체국 강도를 할 작정으로 계획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한국은 욱하는 ‘충동장애’ 탓에 남을 해치는 일이 적지 않다. 자살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인데 요즘은 혼자 죽지 않고 식구나 연인을 죽이고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한국에서 총기 소유가 허용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